경영권 탄탄해도 유통주식 적어…주가 상승 걸림돌로 작용
SG충남방적·NICE홀딩스 등도 지분 매각·액면분할 총력
▷마켓인사이트 4월26일 오전 8시59분
기업 오너들은 보통 지분율을 높이기를 바란다. 지분율이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특히 경영권 승계를 앞둔 기업의 오너 입장에서 지분율 높이기는 첨예한 관심사다.
그런데 일부 상장사들은 오너(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너무 높아 고민하고 있다. 주식 유통물량이 지나치게 적은 것이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세예스24홀딩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김동녕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이달 초까지만 해도 80.87%나 됐다. 국내 상장사 평균(40.38%)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최대주주가 주식을 많이 갖고 있다 보니 경영권은 튼튼했지만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수가 너무 적은 것이 문제였다. 지난 1분기 동안 한세예스24홀딩스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6만9259주로 전체 발행주식수의 0.2%에 불과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분기 월평균 거래량이 전체 유동주식수의 1%에 못 미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결국 김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지분 일부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달 들어 주식 60만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팔았다. 덕분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1.89%포인트 떨어졌다. 회사 측은 이어 보통주 한 주당 신주 0.2599주를 지급하는 무상증자도 실시키로 지난 23일 결정했다. 신주배정 기준일은 다음달 8일이며, 신주상장일은 보름 뒤인 23일이다. 이 역시 유통 주식 물량 확대를 위한 조치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SG충남방적도 한세예스24홀딩스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이 회사는 SG고려를 비롯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84.86%다. 2007년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충남방적을 SG고려가 다른 SG그룹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졌다. 이 회사의 소액주주 비율은 7.80%에 불과하다. SG충남방적은 지난 2일 주식분포요건(소액주주비율 10% 이상)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SG충남방적 관계자는 “지분 매각 등을 비롯해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에스엠은 65.66%에 이르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기 위해 지난달 29일 김영현 회장의 보유지분 6%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지분율은 59.66%로 떨어졌다.
반도체 테스트 소켓 제조업체 ISC는 지난 24일 자사주 44만8003주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밝혔다. 보통 자사주 매각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날 ISC 주가는 13.56% 급등했다. 이 회사 역시 최대주주 지분율이 53%로 상장사 평균보다 높은 편에 속해 유통 주식수가 적은 것이 주가 할인 요인으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NICE홀딩스는 유동주식수를 늘리기 위해 액면분할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회사는 김광수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2.88%다. 또 자산운용사인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지분율이 14.85%여서 소액주주 지분율은 19.42%(우리사주 조합 포함)밖에 안 된다. NICE홀딩스는 이에 따라 유통 주식수를 늘리기 위해 주당 5000원이던 액면가를 500원으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지난달 14일 공시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중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은 기업으로는 3노드디지탈(95.59%) 사조대림(89.95%) 대림통상(88.48%) 한국개발금융(87.77%) 대성홀딩스(85.74%) 등이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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