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 목표 '기업 경영활동 지원'으로 변경
민주통합당이 ‘우(右)향우’했다. 작년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당의 정책 기조를 오른쪽으로 틀면서 중도주의 노선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29일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당헌·당규 및 강령·정강정책 개정안을 한 명의 반대도 없이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2011년 12월에 만들어진 강령·정강을 손질한 것으로 당의 정책 노선을 상당 부분 좌(진보)에서 우(중도주의)로 이동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날 통과된 강령·정강은 5월4일 전당대회 때 확정되는데, 오늘 통과된 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99%”라고 말했다.
○‘무상의료’ 문구 아예 없애
개정안의 ‘전문’부터 확 바뀌었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한다”고만 적혀 있던 당면문제 해결 목표를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며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존중하고 지원한다”고 바꿨다. “토건과 개방 만능주의”에 반대한다는 부분의 ‘토건’은 ‘무분별한 개발’로 순화됐다. 보편적 복지만 강조하던 현재 강령에 “선순환하는 질 좋은 성장을 지향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그동안 비판을 받았던 이념 편가르기와 안보 불안 문제도 시정했다. 한반도 평화를 헤치는 요인에 “북한의 핵개발로”라는 문구를 명시하고,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라는 문구를 넣었다. “99%를 위한 정당”에서 ‘99%’를 빼 “서민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정당”으로 변경됐다. 민주당 정부의 10년 경험을 “성과로 계승하되 반성과 성찰로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말도 포함됐다.
전문의 하위 목록인 정책 부분은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경제 정책에는 “우리는 FTA를 포함한 모든 통상정책에 있어서 국익과 국내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며, 피해 최소화 및 지원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적극 마련한다”는 문장이 생겼다. 복지 정책에선 대선에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을 많이 받은 ‘무상의료’는 아예 없어지고 “의료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의무 의료를 실현한다”는 말로 대체됐다.
○총·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
민주당이 당의 얼굴인 정책 노선을 중도로 옮긴 것은 지난 총선과 대선의 패배가 근본적인 이유다. 민주당 고위당직자는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좌클릭을 했고, 민주당은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더 좌클릭을 했는데, 그게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편 가르기’나 ‘포퓰리즘’ 지적을 받아온 정책강령들도 사라졌다. 계승해야 할 정신에 ‘촛불민심’이나 ‘노동자대투쟁’ 등 오해의 여지가 있는 지엽적인 수식어는 들어냈다.
이상민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강령분과위원장은 “경제민주화 구호로 반기업 정당이라고 공격을 받았고, 99%를 위한 정당은 편가르기란 지적을 받았다”며 “건강보험 제하의 무상의료는 마치 돈을 한 푼도 안 내는 것처럼 인식됐고, 현 안보 강령은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이미지를 줬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변하면서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시대에 맞게 수정하면서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 국익을 위하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담으려 노력했고, 오늘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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