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위기] 朴대통령 “北은 예측 불가능…누가 투자하겠나”

입력 2013-04-29 18:09   수정 2013-04-30 02:43

연일 강수 둔 이유는
"北의 '남한 길들이기'에 말려들지 않을것"
北 변화 없는 한 '신뢰프로세스' 가동 못해



개성공단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은 예상보다 강도가 높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향적인 대북 공약으로 평가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내놓은 것을 감안하면 북한에 이명박정부 때보다 다소 유화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나온 박 대통령의 발언이나 조치는 단호하다. 지난 14일 대북 대화 제의에 대해 북한이 비난하자 통일부는 유보적 입장을 보인 반면 박 대통령은 심야회의 끝에 유감 표명을 했다. 개성공단 체류인원 귀환 결정도 박 대통령이 주도했다.

○미얀마·카자흐스탄 모델로 꼽아

박 대통령은 29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우리 근로자들이 차량에 물건을 가득 싣고 귀환하는 모습을 언급하며 “서로의 합의가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에서 이제 세계 어느 누가 북한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대북 ‘중대조치’로 전원 철수 조치를 내린 데 이어 직접 북한을 비판한 것이다.
연이은 강공 드라이브에는 정부 초기 북한의 ‘박근혜정부 흔들기’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대남 압박 카드로 들고 나온 것은 박근혜정부 초기에 ‘남한 길들이기’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에서 국제화를 통해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통일부도 업무보고에서 기숙사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개성공단 발전 의지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 일방적으로 불합리한 조치를 하는 이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계속 북한의 도발에는 강경하게 대응하고, 절대 보상하지 않는다는 박 대통령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프로세스를 위해선 북한도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카자흐스탄과 미얀마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북한에 올바른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둘라트 바키셰프 카자흐스탄 대사로부터 핵 포기 이후 발전상을 소개받고는 “북한도 카자흐스탄의 경험을 귀감 삼아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됨으로써 주민의 생활 수준이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군, 개성공단 전진 배치 가능성

하지만 개성공단에 대한 강공 이면에는 고민도 깊다.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상황을 맞으면 남측의 손실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하면 대남 압박 차원에서 개성공단 인근으로 일부 병력과 장비를 전진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로선 개성공단 폐쇄 이후 더 큰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가동도 더욱 어려워졌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은 남북간 낮은 단계에서부터 신뢰를 쌓아 큰 틀로 확대해간다는 구상이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이제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 단계에 접어들면서 대화가 재개되려면 남북 가운데 어느 한쪽이 굽히는 모양새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남북간 개성공단만을 의제로 대화를 하기에는 명분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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