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삼국지'는 이미 소설, 만화 등으로 지겹도록 봤던 소재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친숙하고 쉽게 접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게임으로 만들어지면 별다른 배경설명 없이도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최소한 대한민국 사람 중에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p> <p>장비가 누구인지, 관우나 유비는 어떤 관계인지, 조조는 누구이며 장료나 하후돈은 어떤 인물인지 굳이 시시콜콜 설명해주지 않아도 이제는 그림만 봐도 '아! 이 사람은 조조구나!'하고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삼국지'는 쉽게 캐릭터 이미지에 성공할 대표적인 콘텐츠가 아닐까 한다.</p> <p>
물론 아쉬운 점은 이 모든 캐릭터는 거의 일본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장비가 그렇게 생겼는지 관우가 그렇게 생겼는지는 알지 못한다. 게임 캐릭터나 만화 캐릭터로 굳어진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한국의 유구한 역사에 위인들은 아직 그렇게 캐릭터 이미지가 없다는 것 또한 아쉬운 점 중에 하나이다. 예를 들어, 김유신이나 계백 같은 캐릭터를 게임으로 만든다고 할 때 과연 김유신인지 알아 볼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p> <p>그런 아쉬움에 중학교 시절 '삼국기'(三國記)라는 고구려, 백제, 신라를 다룬 전략시뮬레이션 개발팀에서 활동도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개발팀이 해체되었다. 그 한참 후에 같은 이름의 게임이 등장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한국 역사를 다룬 게임이 많이 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게임 개발자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끼기도 한다(언젠가는 꼭 고구려, 백제, 신라 시대를 다룬 삼국 시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삼국지'라는 소재는 중국, 한국, 일본 아시아 삼국에서 가장 많이 영화화되었다. 드라마는 물론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출시되어 진정한 '원 소스 멀티 유즈'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본의 경우 자국의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도 많이 출시하였으나, 한국의 정서상 이질감이 있어서인지 국내에서는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다.</p> <p>
한국의 입장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침략의 주인공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등장한다는 것이 거슬리는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꽤나 많은 유저들이 '오다 노부나가' 시대를 다룬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겼다('제독의 결단'도 국내에 팬들이 상당수 있다).</p> <p>그에 비하면 '삼국지'는 한국 정서상 크게 이질감이나 반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소재였다.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아직도 '삼국지'를 주제로 한 게임들은 계속 출시되고 있다. PC뿐만 아니라 콘솔 및 모바일 게임으로도 등장하여 진정한 멀티 플랫폼 게임이 아닐 수 없다.</p> <p>전문 개발사에서 개발하는 게임 외에도 동호회나 개인 개발자 등 아마추어 개발도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 역시 '삼국지' 게임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다만, 등장하는 인물이 너무 많다 보니 등장인물 그리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나 걸리고 있다(더 중요한 이유는 본 필자는 개발자 출신이지 디자이너가 아니라는 점이다).</p> <p>'삼국지'라는 소재를 다룬 게임은 많은 회사에서 출시하였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삼국지'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코에이(KOEI)에서 제작한 '삼국지' 전략 시뮬레이션일 것이다. 최근에는 '진 삼국무쌍' 시리즈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원래 코에이는 30년 가까이 역사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새벽 시간에도 와이프는 옆에서 '진 삼국무쌍'을 하면서 열심히 풀 베기를 하고 있다).</p> <p>풀 베기 :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경우 호쾌한 액션을 자랑하는 게임임과 동시에 그 만큼 쉽게 적을 무찌를 수 있어서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는 '풀 베기' 게임으로 악평을 받기도 한다(물론 필자 역시 이 게임을 좋아한다).</p> <p>이번에 다루게 될 주제는 코에이 역사 시뮬레이션 중에 하나인 '삼국지' 시리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2편을 다루는 이유는 한국에 처음으로 '삼국지'라는 게임을 대중화시킨 주역이며 아직까지도 많은 '삼국지' 팬들에게 명작으로 꼽히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삼국지' 1편의 경우 영문판이 국내에 유입되었을 때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정품으로 발매되지 않았던 영향도 있었지만, '삼국지' 2편이 등장했을 때부터가 진정한 '삼국지' 시대가 열렸다고 기억된다. 그래도 올드 게이머 중에서는 '삼국지' 1편을 기억하는 유저가 꽤 많이 있다.</p> <p>우리에게는 '삼국지'라고 알려져 있지만, 영문판 원제는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라는 멋들어진 제목이다. 그래서 '삼국지' 게임들의 실행파일은 RTK2.exe 와 같은 실행파일이 있었다. '삼국지2'의 경우는 이것저것 불필요한 파일과 세이브 파일들을 제거하면 3.5인치 2HD (1.44MB) 디스켓 한 장에 쏙 들어가는 크기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실행해서 즐길 수 있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p> <p>필자의 경우에는 대학생 시절에도 '삼국지2'를 항상 품에 안고 다니면서 전산실이나 실습실의 빈 자리가 있으면 몰래 '삼국지2'를 즐기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때는 이미 '삼국지' 5편이 나와 있는 세상이었지만,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도 '삼국지'의 맛을 즐기기에는 '삼국지' 2편 만한 것이 없었다고 생각된다.
한 시대를 풍미할 만큼 대 유행을 일으킨 게임이기는 하지만, 동시대에 같은 회사에서 출시한 게임 '랑펠로'에 비해 전투화면의 구성이나 전술적인 요소는 상당히 뒤떨어져 있었다. 전투는 대체로 간결했으나, 2편부터 일기토 모드가 등장하여 전 시리즈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었지만, '삼국지' 시리즈의 아성에 가려져 삼국지 시리즈만큼 큰 인기를 얻지 못했던 비운의 명작 '랑펠로'는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다.
'삼국지2'에는 숨겨진 이벤트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전설은 '초선 이벤트'에 대한 얘기였다. 누구는 보았네, 누구는 그런 게 어딨네 하면서 늘 논쟁거리였다. 필자 역시 그 이벤트를 보기 위해 별 짓을 다해봤지만, 볼 수 없었던 전설의 이벤트다(사춘기 방황하던 시절 우리의 덧없는 욕구를 분출하기 위한 마지막 비상구 같은 존재).</p> <p>나중에야 알았지만, PC버전 '삼국지2'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초선 이벤트가 삭제되었다고 한다. '삼국지2'는 1편과 마찬가지로 개발사가 있는 자국(일본)의 거의 모든 기종으로 출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C는 물론이고 MSX2, 메가드라이브, 플레이스테이션1, PC-9801, X68000, FM TOWNS, 슈퍼패미컴 등 웬만한 일본 내 PC나 콘솔용 게임기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그 중에서 PC판과 패밀리 및 플레이스테이션용에서는 전설의 '초선 이벤트'가 삭제되었던 것이다(PC 버전도 그 이후에 출시 된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볼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p> <p>전설의 초선이벤트는 그 내용이 자못 15금(그 당시 기준에) 정도 화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주위에 본 사람은 많이 없었다. 일단 이 이벤트를 보기 위해서는 동탁을 선택해야 하는데, 한국 정서상 독특한 취향의 게이머가 아니고서는 동탁을 선택하는 일이 드물었던 시기였다.</p> <p>그렇게 동탁을 선택하고 12번 땅에 동탁을 두고 24번과 33번 그리고 17번 땅을 차지해야만 초선 이벤트가 발동된다고 하는데, 본 필자는 그토록 보고 싶어 했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다만, 전설의 초선 이벤트는 그 끝이 심히 가슴 아린 장면을 담고 있으므로 감수성이 예민한 게이머라면 보지 않기를 권한다(필자는 보았다. 15금 화면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삼국지2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믿어주길 바란다).</p> <p>시기적으로 '삼국지' 2편이 등장한 때는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던 1988년에 1편이 등장하고 그 다음해 1989년에 2편이 출시됐다. 1년 사이에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한국에 '삼국지' 게임을 본격적으로 알린 것이 2편으로 생각된다. 그 이후 3편부터 '삼국지' 팬들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생겨났다. 게임 순위 집계에 항상 상위권에 머물던 몇 안 되던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으로 아직까지도 수없이 많은 기종에 이식되어 현재까지도 즐기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p> <p>'단순한 것이 최고(Simple is Best)'라고 했던가? 최근의 몇 GB에 이르는 용량에 비하면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그래픽이지만, '삼국지2'는 게임의 기본 구성요소를 거의 다 갖추고 있다. '삼국지2' 정도의 게임 시스템으로 그래픽만 보강해서 새롭게 스마트폰 게임으로 출시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된다.</p> <p>물론 스마트폰용 삼국지 게임은 많이 출시되어 있고, 필자도 출시를 하고자 준비했던 사람으로 열심히 개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출시는 언제가 될지 장담 할 수 없다(디자이너가 없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꼭 한국 역사를 다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도 만들어 보고 싶다(참고로 필자는 신라 경순왕의 후손이다).</p> <p>많은 사람들에게 밤잠을 설쳐가며 즐기게 했던 추억의 게임 중에 한국 역사를 다루고 있는 게임이 많지 않다는 것은 게임 개발자로서 항상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p> <p>
[번외편] 필자의 잡소리</p> <p>애플 앱스토어에서 7.99달러에 판매하고 있는 '삼국지2'. 용량도 무려 244 MB나 된다. 원작 PC용 '삼국지2'에 비해 100배에 달하는 용량을 자랑한다. 재미까지 100배가 되지는 못 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아직까지도 '삼국지'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p> <p>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gamecus.ceo@gmail.com</p> <p>
큐씨보이는?
'게임별곡'을 집필하는 한 큐씨보이는 5세에 게임에 입문한 게임 경력 30년째 개발자다. 스스로 '감히' 최근 30년 안에 게임들은 웬만한 게임을 다 해보았다고 자부하는 열혈 게임마니아다.</p> <p>그는 직장인 개발자 생활 12년을 정리하고 현재 제주도에 은신 거주 중이다. 취미로 몰래 게임 개발을 한다.하루 중 반은 게임을 하며, 반은 콜라를 마시는데 할애하고 있다. 더불어 콜라 경력도 30년!</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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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라는 소재는 중국, 한국, 일본 아시아 삼국에서 가장 많이 영화화되었다. 드라마는 물론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출시되어 진정한 '원 소스 멀티 유즈'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본의 경우 자국의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도 많이 출시하였으나, 한국의 정서상 이질감이 있어서인지 국내에서는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다.</p> <p>
삼국지1 |
삼국지2 – 전투화면 |
삼국지2- 전설의 초선 이벤트 |
'게임별곡'을 집필하는 한 큐씨보이는 5세에 게임에 입문한 게임 경력 30년째 개발자다. 스스로 '감히' 최근 30년 안에 게임들은 웬만한 게임을 다 해보았다고 자부하는 열혈 게임마니아다.</p> <p>그는 직장인 개발자 생활 12년을 정리하고 현재 제주도에 은신 거주 중이다. 취미로 몰래 게임 개발을 한다.하루 중 반은 게임을 하며, 반은 콜라를 마시는데 할애하고 있다. 더불어 콜라 경력도 30년!</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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