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인근 주민들에게 생필품 선물 꾸러미 돌린 까닭은

입력 2013-04-30 14:28   수정 2013-04-30 14:59

“노사분규로 회사가 문을 닫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많았는데 이젠 상선수주도 돼 진짜 일할 맛이 납니다. 주민에게 감사의 표시로 생필품을 돌릴 정도로 여유도 생겼습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간사 허다영 씨(25)는 30일 오전 부산 영도구 봉래동 영도조선소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주민 등 150여명과 함께 영도 주민들에게 전달할 생필품 선물 꾸러미를 포장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극심한 노사분규로 한때 조업이 중단되기도 했던 한진중공업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2011년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으로 309일간의 크레인 농성에 이어 올해 초 한 달간의 시신시위 사태로 악화일로를 걸어 왔다. 분규가 장기화하면서 인근 주민들도 교통불편과 소음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영도조선소의 선물 꾸러미 전달식 행사는 그동안의 주민 불편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열렸다. 회사가 노사안정을 조금씩 찾으면서 그동안 불편을 감내해온 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여유가 생긴데 따른 것이라고 노사 양측은 설명했다.

한진중공업은 주민들에게 사과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차원에서 영도구에 사는 독거노인·저소득 가구에 쌀, 된장, 치약, 샴푸 등 생활용품이 든 선물 꾸러미 1000 세트를 전달했다. 최성문 한진중공업 사장은 “노조와 임직원들이 봉급에서 조금씩 갹출한 돈으로 어려운 주민들의 생필품을 마련했다”며 “그동안 노사갈등으로 여유가 없었지만 이젠 회사가 정상화되고 있는 만큼 회사회생과 함께 사회봉사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문 영도부구청장은 “한진중공업이 비틀거려 영도 전체가 어려웠는데 안정을 찾아 다행”이라며 “한국 조선1번지인 한진중공업의 명성을 되찾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민들도 수 년 만에 찾아온 ‘한진중공업의 봄’을 반기고 있다. 봉래2동 우성규 주민자치위원장은 “앞으로 한진중공업이 지역사회와 합심해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옛 명성을 되찾길 바란다”며 “다시는 외부세력 개입 없이 주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지고 산업현장의 평화가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대는 지난 12일 한진중공업이 200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상선 수주에 성공해 정상화의 기미를 보이면서 시작됐다.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5곳이 발주한 15만t급 유연탄 수송용 벌크선 3척(1500억원 상당)을 건조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진중공업은 이르면 오는 6월 의향서(LOI) 최종 체결을 마무리한다.

대표교섭권을 가진 김상욱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일감이 생겨 내년 하반기부터는 회사가 정상화 될 것으로 본다”며 “노사가 합심해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한진중공업 임직원과 주민들이 30일 부산 봉래동 영도조선소 내 직원식당에서 영도주민에게 줄 생필품 선물 꾸러미를 싸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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