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베르디 진혼곡…봄날에 만나는 이색 선율

입력 2013-04-30 16:55   수정 2013-04-30 22:16

서울시향·헤레베헤 잇단 공연


‘레퀴엠(requiem)’은 가톨릭에서 ‘죽은 사람을 위한 미사’에 연주되는 예식 음악으로 ‘진혼곡(鎭魂曲)’으로 번역된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최후의 심판일에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기원하기 위해 연주된다. 종교와 음악이 밀접하게 연결된 서양에선 수많은 작곡가가 레퀴엠을 만들었다. 모차르트를 비롯해 베르디, 베를리오즈, 드보르자크, 생상스, 포레, 브람스 등이 그랬다.

대체로 무겁고 침울한 탓에 연말에 연주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례적으로 이달에 모차르트와 베르디의 레퀴엠 공연이 열린다. 화창한 봄날씨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뜻일까.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베르디의 레퀴엠을 연주한다. 베르디의 레퀴엠은 그가 작곡한 수많은 오페라와 더불어 걸작으로 손꼽힌다. 레퀴엠의 마지막 곡 ‘리베라 메(나를 구원하소서)’는 베르디가 존경했던 작곡가 로시니를 위한 곡이었다. 당시 12명의 작곡가가 공동으로 레퀴엠을 만들기로 했지만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그의 곡은 서랍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이후 이탈리아의 문호 알렉산드로 만초니가 1873년 서거하자 베르디는 이미 만들어놓았던 ‘리베라 메’를 포함해 레퀴엠 전곡을 새로 썼다. 다른 레퀴엠보다 강렬한 ‘진노의 날(Dies Irae)’이 잘 알려져 있지만 전곡을 감상할 기회는 많지 않다.

이날 공연에선 정명훈 서울시향 감독이 지휘하고 마리아 루이자 보르시(소프라노), 미셸 드 영(메조소프라노), 그레고리 쿤드(테너), 사무엘 윤(바리톤) 등이 협연한다.

오는 6월1, 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는 벨기에 출신 ‘고(古)음악 거장’ 필립 헤레베헤가 모차 앙상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만들었고 1991년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결성했다. 음악이 작곡된 당시의 악기를 이용해 연주한다. 이날 연주회에선 헤레베헤가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인 41번 ‘주피터’도 함께 들려준다. 이에 앞서 5월31일에는 경기 용인시 죽전동 포은아트홀에서도 공연을 마련해 모차르트 교향곡 38번 ‘프라하’, 40번, 41번 ‘주피터’를 연주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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