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28곳 부채비율 첫 200% 초과 '위험'

입력 2013-04-30 17:11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 34조 늘어 500조 육박
2년 연속 적자 나는데 임직원은 2만명 늘어




공기업 등 공공기관이 진 빚이 작년 말 500조원에 육박하면서 2010년 이후 3년 연속 국가부채를 추월했다. 하지만 2년 연속 경영 적자를 기록한 공공기관의 임직원 수는 3년간 2만명이나 늘었다. 재무구조 개선을 포함한 경영 효율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공공기관의 부실이 심각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2012년도 공공기관 경영정보’를 보면 30개 공기업과 87개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178개 등 전체 295개 공공기관의 부채 총계는 1년 전보다 34조4000억원 늘어난 493조4000억원에 달했다. 공공기관 부채는 2009년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섰고 2011년 4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여기에 지난해 국가부채가 443조8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공공부채(국가부채+공공기관 부채)는 937조2000억원으로 1000조원에 가깝다. 국민연금 등 정부가 사실상 지급보증 의무를 지고 있는 연금충당부채(436조9000억원)까지 더하면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떠안고 있는 부채는 1374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272조5000억원보다 100조원 이상 많은 규모다.

공공기관 중 덩치가 큰 공기업의 재무 사정이 특히 나쁘다. 지난해 회계 결산을 마무리한 28개 공기업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011년 193.4%에서 지난해 208.5%로 처음 200%를 넘었다. ‘부채비율 200%’는 민간에서는 위험 수위로 간주하는 수치다. 자산 규모 기준 7대 공기업 중 LH(466.0%), 한국가스공사(385.4%), 코레일(244.2%)의 부채비율이 높았다. 한국전력(186.2%)과 한국석유공사(167.5%)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공공기관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정부 정책을 ‘대리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물가 관리를 위한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해서 해결해야 할 일을 공공기관에 떠넘기면서 공공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게 됐다는 것이다.

경영 실적도 부진하다. 지난해 295개 공공기관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1년(당기순손실 8조5000억원)보다는 적자폭이 줄었지만 2년 연속 적자다.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저축은행 지원으로 3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고, 한국전력은 낮은 전기요금 탓에 3조1000억원의 적자를 봤다. 코레일은 용산 개발사업이 무산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정원 기준 25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8000명(3.2%) 증가했다. 경영정보 공시 대상인 ‘최근 5년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규모다.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2008년 25만2000명에서 2009년 23만4000명으로 줄었지만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 임직원 수를 2009년과 비교하면 2만명(8.5%) 늘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막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체계적인 부채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김철주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내년부터 공기업이 4대강 사업 같은 국책사업을 떠안으면서 나빠진 재무 상태는 별도의 구분 회계 제도를 도입해 따져볼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누가 보더라도 사업의 손실이 어디서 났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공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이심기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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