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학점을 왜 이렇게 줬어요? 취직 안 되면 책임질 거예요?” 한 교수에게 걸려온 학부모의 항의 전화 내용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어떤 학생의 어머니는 연구실로 들이닥쳐 “학점 고쳐주지 않으면 드러눕겠다”며 소동을 피운다. 유치원도 아니고 대학에서 이런 일이 늘고 있다니 큰일이다.
어릴 때부터 자녀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면서 일일이 간섭하는 이른바 ‘헬리콥터맘’들은 ‘엄마사정관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성적보다 잠재력을 보고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입학사정관제가 엄마의 정보력과 재력에 따라 좌우되는 세태다. 학원 주변에서 사교육 정보나 교환하던 ‘카페맘’ ‘아카데미맘’은 옛날 얘기다.
극성 엄마들은 입시설명회장을 휩쓸며 아이를 합격시킨 뒤에도 수강신청을 직접 챙기고, 교수에게 학점항의 전화를 걸고, 취업 대비 학원 수강증을 끊어주고, 심지어는 ‘여친 관리’까지 자청한다. 졸업 무렵엔 어느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넣을지 결정하고 면접시험장에까지 동행한다.
시험에 떨어지면 예전의 ‘학점항의’ 기질을 또 발휘한다. 한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서류전형 탈락자의 어머니에게 시달린 얘기를 들려주며 진저리를 쳤다. “우리 애가 토익 950점에 학점이 3.98인데 이렇게 최고의 스펙을 갖추고도 왜 떨어졌는지 설명하라며 큰소리를 치는 바람에 진땀을 뺐죠. 다른 회사 인사팀도 전형 발표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고 하는데 정말 걱정입니다. 저런 애들은 뽑아도 문제거든요.”
입사 후 부서를 바꿔달라거나 상사를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는 요구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녀의 배우자 선택에서 이불 속 문제까지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견디는 중증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제 LPGA 투어에서 시즌 3승을 올린 박인비가 인터뷰 도중 “엄마 말 안 듣고 해저드 질러간 게 우승 원동력이었다”고 말한 것은 오히려 애교에 속한다.
우리나라가 별나긴 하다. 자녀 교육에 극성인 세계의 모든 엄마 유형이 다 수입된 듯하다. 아이의 재능 발굴과 학습법에 올인하는 ‘알파맘’, 옆에 붙어 조언하며 산촌 유학도 마다않는 ‘베타맘’, 아이스하키장이나 축구장까지 따라다니는 ‘하키맘’ ‘사커맘’, 엄격한 스파르타식 교육을 실천하는 ‘타이거맘’….
문제는 이것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창업진흥원 실태조사 결과 창업의향이 있는 대학생은 63.3%나 되는데 ‘바로 창업하겠다’는 학생은 3.6%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이유에 말문이 탁 막힌다. “창업을 하고 싶어도 엄마가 허락하지 않아서….”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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