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60세 정년법', 이젠 임금체계 손봐야

입력 2013-04-30 17:17   수정 2013-04-30 22:08

임금피크제 적용 등 초점맞추고 장시간 근로 악순환 고리 끊으며
한발씩 양보해야 삶의질 높아져

이인실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아들 취직 턱을 낸다고 해 오랜만에 뭉친 동창 모임에서 지방대 교수 친구는 제자들 취업시키느라 연구는 뒷전이라며 모임 내내 피곤해했다. 서울에 있는 교수 친구도 경쟁적인 학생 취업률 높이기로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푸념한다. 대기업 임원인 친구는 번듯한 청년들이 스펙을 한참 쌓고도 인턴직을 전전하는 걸 보기 안타깝다며 자신의 퇴직으로 이들 자식 같은 청년이 한 명이라도 더 고용될 수만 있다면 당장에라도 사표를 던지고 싶은 심정이란다. 이런 하소연도 이미 퇴직했는데 자식들이 취직을 못했거나, 노후준비가 안돼 동창모임에 나오지 못하는 ‘실버푸어(silver poor)’ 친구 앞에선 입을 다물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맏이 격인 친구들과 만나면 화제는 온통 취직문제로 쏠린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근로자가 오래 일하는 나라인데도, 일을 못해서 괴로운 자식들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NEET(25~29세 청년 비경제활동인구) 비중도 25.9%로 OECD 국가 중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빼고는 가장 높다. 15~64세 기준 고용률이 OECD 평균인 64.8%보다 낮은 63.9%인데도 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두 번째로 길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인적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권마다 일자리 문제는 최대의 고민거리였다. 김대중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내걸었지만 일자리는 96만개 창출하는 데 그쳤다, 아예 일자리 숫자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 만들어진 일자리는 사이좋게 126만개, 125만개이다. 박근혜정부는 일자리 개수가 아닌 고용률 70%와 정년 연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약지키기의 연장선상에서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법안이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6~7년 전부터 정년 의무화 논의가 나왔지만 그 시행은 시기상조이며, 부자간 일자리 전쟁이 터질 거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2016년부터 대기업, 공공부문에서부터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법에 여야가 모처럼 의견일치를 본 것이다. 하지만 정년연장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지키지 못하는 사업장에 대해 처벌하는 조항을 두는 법이 발효된다고 해서 실질적인 은퇴연령이 현재의 53세에서 얼마나 늘어날지는 의문이다. 법으로 의무화하지 않아도 정년연장은 이미 필요한 사업체별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년연장법의 개정은 매우 의미가 크다. 정년연장은 수명이 늘어난 만큼 정년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의 발현으로 볼 수 있고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퇴직 사태에 대처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결국은 정부의 재정부담으로 남게 될 조기퇴직자의 고용 불안정과 일자리 문제, 연금재정과 의료보험 등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도 있다.

정년연장법의 통과는 우리가 풀어야 할 난해한 고용정책 실타래의 한 가닥을 잡았다는 신호탄이다. 이젠 함께 논의된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임금체제개편 등 추가적인 방안을 고용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한국의 임금시스템은 아직도 연공급여의 성격이 강하고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상승폭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크다. 이런 임금시스템과 짧은 기대근속기간으로 인해 생겨난 대기업 정규직 기득권 계층부터 양보해야 한다. 정년이 짧은 데다가 그나마 지켜지지도 않고, 정년 후 새 직장의 급여수준이 낮으니까 있을 때 벌기 위해 장시간 근로를 선택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베이비붐 세대의 40% 이상이 일하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가 더 벌기 위해 오래 일할 수밖에 없었던 악순환 고리도 끊어야 한다.

이번 법개정을 계기로 기업의 노동선호도 제고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일자리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동시장의 양적 유연화가 아니라 질적인 유연화가 필요하다. 이제 정년연장으로 무리한 초과근무를 피하고 임금유연화를 수용할 환경은 조성됐다. 노사가 모두 동적인 관점에서 고용문제를 보고 한발씩 양보해야 모처럼 여야가 합의해 얻은 고령자고용촉진법이 빛을 발할 것이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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