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저리 상품 선보여
전·월세 상품도 다양해져
외면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수년째 지속돼온 집값 하락세가 멈추고 상승 반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은 두 가지다. 우선 주춤하던 금리 하락세가 다시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다 시장거래를 되살리기 위한 ‘4·1 부동산 대책’이 가세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집값은 경기회복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하지만 12개월째 내리던 집값이 반전을 모색 중인 만큼 변화의 방향으로 촉수를 가다듬고 있어야 한다.
은행들도 이 같은 시장의 변화에 맞춰 다양한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장기고정금리형 상품인 적격대출의 인기가 높아지고, 3%대 주택담보대출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으며, 금리와 상환방식을 대출받는 사람이 정하는 새로운 서비스도 등장했다. 집을 담보로 노후 자금을 빌리는 주택연금시장도 급성장세다.
◆적격대출, 3%대 대출 ‘주목’
주택금융시장 변화의 중심에는 적격대출이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선보인 적격대출은 지난해 ‘금융시장의 최대 히트작’으로 불린 주택대출상품이다. 적격대출은 작년 3월 선보인 후 지금까지 16조원가량 소화됐다. 10~30년 동안 장기고정금리로 5억원까지 대출해 준다. 9억원 이하 아파트, 단독(다가구 포함), 다세대, 연립주택 등이 대출대상이다.
은행들이 싸게 대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를 만들어낸 게 적격대출의 장점이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넘기면 주택금융공사가 이를 주택저당증권(MBS)으로 만들어 파는 구조다. 은행 입장에선 대출 두 달 뒤면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채권을 현금화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관리가 필요없어졌고 비용이 절감돼 이자를 낮출 수 있게 된다.
적격대출 외에 정부가 대출해 주는 상품이 또 있다. 국토교통부가 은행에 수탁해 운영하는 국민주택기금대출 가운데 하나인 ‘최초주택구입(중도금)자금대출’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자금을 지원해준다.
민간금융사들에서도 연 3%대 주택담보대출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적격대출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은행들이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어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3%대 진입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은행연합회의 금리비교공시에 따르면 한국씨티(3.83%) 외환(3.87%) 기업(3.89%) 한국SC(3.90%) 하나(3.91%) 우리(3.92%) 국민(3.94%) 등 상당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3%대로 진입했다.
◆주택 대출 리스케줄링해야
은행들은 앞으로도 더 강력한 3%대 주택담보대출을 적극 개발, 영업에 나설 방침이다. 4·1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매입 수요가 늘어나 주택담보대출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이다. 자금 수요자 입장에선 은행들의 마케팅을 비용 절감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면 새로 나온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물론 기존 대출을 중도에 갚을 때의 수수료 부담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전·월세대출 상품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는 점도 대출 재조정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신한·국민 등 6개 시중은행이 대행 판매하고 있는 국민주택기금의 전세대출은 낮은 이자에 최고 8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대상이다. 금리는 연 3.7%로 최근 크게 낮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도 6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국민·우리·농협은행 등이 상품개발을 진행 중이다.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3000만~5000만원의 보증금을 대출받으면 세입자가 이자를 부담하는 구조다.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연 4%대 ‘징검다리전세자금 보증’을 이용해 은행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며 지난해 11월30일 이전에 대출받은 사람이 신청대상이다. 또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으면 연 10%대의 비싼 이자를 냈던 대출자도 연 4~5%대의 전세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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