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블랙야크·노스페이스, 기능성·착용감 강화…기존 스포츠 브랜드 위협
등산화 등을 주로 만들던 아웃도어 업체들이 운도남·운도녀(운동화를 신은 남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야외활동에 적합한 신발이 아니라 가볍게 신을 수 있는 워킹화를 잇따라 내놓고 광고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 프로스펙스 등 기존 워킹화 제조업체도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올해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워킹화시장을 놓고 아웃도어와 스포츠화 제조업체 간에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시를 공략하는 아웃도어
K2가 지난달 11일 내놓은 워킹화 ‘플라이 워크’ 시리즈는 벌써 2만켤레 넘게 팔려나갔다. 현빈이 신고 광고모델을 해 ‘현빈 워킹화’라는 애칭이 붙은 레이서 시리즈는 1주일 만에 1만켤레가 넘게 팔리며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K2는 이달 중 기존 37종 외에 14종의 워킹화를 더 출시할 예정이다. K2는 2015년까지 스포츠 워킹화 부문 톱3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또 이달 들어 블랙야크는 ‘프라즈마’, 이젠벅은 ‘베커’와 ‘펠릭스’ 등 여러 브랜드의 워킹화를 출시하고 있다. 노스페이스 역시 올봄 주력상품 중 하나인 ‘다이나믹 포르테’가 러닝화 겸 워킹화라는 점을 앞세워 젊은 층 붙잡기에 나섰다. 여용철 아이더 신발기획팀장은 “일상생활은 물론 다양한 레저활동을 위한 신발도 가볍고 화려한 색이 많이 팔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등산은 물론 직장에도 신고 다닐 수 있는 신발이 대세라는 이야기다.
◆기능성과 가격의 격돌
아웃도어 브랜드 워킹화의 강점은 기능성이다. 등산화 등에 적용했던 특별한 기능을 워킹화에 적용했다. 거친 땅에서도 착용감이 좋고 통풍기능이 뛰어난 제품이 많다. 반면 스포츠화 제품은 가격면에서 우세하다. 프로스펙스의 ‘프로스펙스W’나 휠라의 ‘S웨이브’, 그리고 아식스에서 만든 ‘G1’ 등은 10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 하지만 웬만한 아웃도어 브랜드 워킹화는 20만원에 육박한다. 또 아웃도어 브랜드 워킹화는 대부분 한 켤레의 무게가 300g을 넘지만 스포츠화는 대개 200g대로 가볍다.
양측의 치열한 경쟁은 광고모델로 톱스타가 대거 동원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아웃도어가 현빈, 송중기(노스페이스), 소녀시대 윤아(아이더), 조인성(블랙야크) 등을 내세워 공세를 강화하자 프로스펙스는 김연아, 휠라는 손연재 등 스포츠 스타를 대거 동원해 맞불을 놓고 있다.
◆급팽창하는 시장
김민정 휠라코리아 마케팅팀 과장은 “등산의류 분야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아웃도어 업체들이 워킹화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오리털 파카 같은 다운재킷 시장에서 아웃도어 업체들에 시장을 잠식당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스포츠화 업체들이 워킹화시장 수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워킹화시장은 최근 급팽창하고 있다. 2005년 5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09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 작년에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30%가량 더 커져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과장은 “걷기 등 일상생활 속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워킹화시장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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