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 근로자 많아…요트 등 해양레저 활발
2일 오후 8시 울산시 연암동 화성 골프연습장. 평일이지만 72개 전 타석이 꽉 차 있었다. 골프연습장 직원은 “1500여명의 등록회원 중 절반 정도는 생산직 근로자들”이라고 말했다. 연습에 몰두하던 근로자 이모씨(47)는 “울산 지역 대기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대체로 20년 근무하면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선다”며 “한 달에 두세 번 필드에 나가는 건 별로 부담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화학업체에서 일하는 고졸 생산직 근로자다.
지난해 기준 울산 근로자 37만1741명 가운데 19.9%(7만4294명)가 6000만원 이상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12%·40만2894명)과 부산(6.97%·7만8508명)보다 많다. 울산 기업과 개인이 1년간 벌어들인 순수익은 서울보다 두 배 정도 많다.
울산이 부자 도시라는 것은 올초 통계청이 2010년 말 기준 1년간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합해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지역총생산(GRDP) 자료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서울의 1인당 GRDP는 2829만원(2만5530달러)인데 비해 울산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 6253만원(5만6430달러)이다. 부산(1809만원·1만6330달러)의 3배가 넘는다. 울산은 1998년 광역시로 승격한 후 줄곧 1인당 GRDP에서 전국 광역시·도 중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월4일부터 현대자동차가 밤샘 근무제도를 없애면서 울산지역 근로자들의 여가생활 풍속도는 한층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맞은편에 위치한 여천동 태화강 하구에는 오후 3시30분 오전 근무를 마치고 윈드서핑과 요트를 즐기는 현대차 근로자들로 붐비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남구청은 태화강 하구에 요트 40여척이 접안할 수 있는 계류장 설치에 들어갔다.
울주군은 서생면 진하리 일원에 60억원을 들여 부지 660㎡, 연면적 2000㎡, 지상 3층 규모의 해양레포츠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는 2015년까지 스킨스쿠버 관련 교육과 모터보트면허 취득을 위한 강습실, 휴게 편의시설, 주민 편의시설 등이 들어선다. 오는 5월부터 11월까지는 진하해수욕장에서 윈드서핑과 딩기요트 등을 무료 체험하는 ‘해양레포츠 체험교실’을 운영한다. 동구도 일산유원지 내 고늘항에 50여척 규모의 보트 계류 시설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북구는 34억원을 들여 당사동 바닷가에 해변공원, 진입교량, 낚시잔교(구름다리), 5㎾급 풍력발전기 등을 갖춘 해양낚시공원(조감도)을 6월 완공하기로 했다. 낚시잔교는 길이 220m, 폭 6m 규모로 100여명이 한꺼번에 낚시를 할 수 있다. 낚시공원 옆에는 고동 줍기와 해조류 및 불가사리 관찰 등이 가능한 400㎡ 규모의 가족휴양형 바다체험장도 조성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현대차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8000만원을 넘어서는 만큼 단순한 스포츠레저가 아닌 해양레저로 차별화해 이들이 경주 부산 등 타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여유 있게 은퇴 이후를 준비하며 부유한 시니어의 삶을 꿈꾸는 근로자들도 부쩍 늘고 있다. 부동산 침체 속에서도 울산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국 1위를 기록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해 상반기 아파트값 상승률은 1.59%로 충남(1.56%), 대구(1.40%), 광주(0.74%)보다 높았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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