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크리스털 가공·생산…절삭공구 제품 제조로 출발
1970년대 오일쇼크로 위기…목걸이 등 액세서리 사업 진출
i-Lab은 '혁신의 인큐베이터'…매년 1000여개 신제품 출시
500여 기업과 지속적 협업…USB·디카 등 IT제품에도 적용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털(수정)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사진)가 세운 ‘크리스털 월드’는 세계에서 가장 반짝이는 테마파크로 유명하다. 거인의 입에서 폭포가 쏟아지는 형상으로 독특한 이곳은 한 해 평균 70만여명이 방문하는 오스트리아의 대표 관광지다. 오스트리아 티롤주의 바텐스에 있는 이 테마파크는 1995년 스와로브스키의 브랜드 설립 100주년 기념으로 세워졌다.
테마파크 내부는 크리스털 장식으로 꾸며진 명상의 방, 크리스털 숲 등 14개 주제로 구성돼 있다. 스와로브스키는 테마파크 운영을 위해 사내 관광사업부까지 두고 있다. 스와로브스키의 사업 영역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스와로브스키’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영롱한 크리스털 액세서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패션산업 및 건축 등에 이용되는 중간소재와 절삭연마기계, 광학렌즈 등 액세서리 분야가 아닌 사업 영역도 다양하다.
○핵심 기술은 철저한 비밀
스와로브스키의 역사는 1895년 다니엘 스와로브스키가 오스트리아의 바텐스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다니엘은 회사 설립 3년 전 유리 세공업자인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다 전기로 작동하는 세계 최초의 크리스털 절삭기를 발명했다. 흠 하나 없이 크리스털을 절단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다니엘이 굳이 알프스산으로 둘러싸인 시골에 공장을 설립한 이유는 경쟁사에 기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파리라는 넓은 소비시장과 가깝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다니엘은 1907년에 바텐스에 수력발전소를 세운 뒤 용해로를 만들어 1913년 인조 크리스털 생산에 성공했다. 이후 스와로브스키는 크리스털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스와로브스키의 인조 크리스털은 규석과 탄산칼륨, 산화연을 배합해 만든다. 이 배합률에 따라 크리스털의 투명도, 굴절률, 무게감 등이 달라진다. 이 배합률과 가열시간 등은 스와로브스키의 핵심 기술로 여전히 비밀로 남아 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커팅면이 28개나 된다. 경쟁업체들이 생산하는 크리스털이 평균 12면 정도를 구현하는 것과 비교하면 스와로브스키의 기술력을 짐작할 수 있다.
전기의 힘으로 대량 생산하는 품질 좋은 크리스털에 대한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유럽 각지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승승장구하던 스와로브스키는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과 함께 위기를 맞았다. 전쟁으로 인해 크리스털 원료가 부족해지고, 전 세계적으로 기계 수요가 늘어나자 스와로브스키는 크리스털 절삭기계를 변형시켜 다양한 절삭연마기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때 만든 회사가 1919년 오스트리아 슈바르츠 지방에 설립한 스와로브스키의 자회사 티롤릿이다. 이후 티롤릿은 스와로브스키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고, 스와로브스키의 사업 확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영롱한 빛깔의 크리스털만 생각해보면 액세서리를 가장 먼저 생산했을 것 같지만, 스와로브스키는 소비자 대상 제품이 아닌 절삭공구 등 기업 대상 제품을 주로 생산했다. 1970년대 후반 오일 쇼크로 매출이 급락하자 당시 경영을 맡은 다니엘의 손자 만프레트는 과감히 소비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1976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에 맞춰 기념품 용도로 ‘크리스털 생쥐 모형’을 출시해 큰 호응을 얻은 것이 계기가 됐다. 스와로브스키는 이듬해인 1977년 반지, 목걸이 등 주얼리 컬렉션을 출시하면서 액세서리 브랜드로 거듭났다.
○‘혁신과 소통이 경쟁력’
스와로브스키가 최초의 전기 크리스털 절삭기로 시작했듯, 이 기업의 성장엔진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경영 혁신에 있다. 1913년 인조 크리스털 개발에 성공한 이후 1931년에는 크리스털이 박힌 봉제용 리본 ‘트리밍’을 처음 출시했다. 1956년에는 크리스찬 디올과 협력해 크리스털에 무지갯빛 광채를 더하는 AB효과를 개발해 지금과 같은 빛깔의 크리스털을 만들었다. 2003년에는 직물에 무수히 작은 크리스털을 뿌리는 방식으로 크리스털 섬유를 개발해 패션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가공기술의 끊임없는 혁신이 경쟁력의 밑바탕인 셈이다.
스와로브스키 혁신의 인큐베이터로 꼽히는 곳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연구소 i-Lab이다. i-Lab은 스와로브스키 내에서 나오는 모든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체계화해 신상품 개발로 연결시킨다. 심지어 직원들 사이에 오가는 크리스털 관련 대화까지도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와로브스키는 매년 1000개가 넘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데, 이 수많은 신제품은 스와로브스키의 i-Lab 덕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강점은 막강한 협업능력이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이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품목에 이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은 액세서리는 물론 냉장고, TV와 같은 가전제품에까지 사용된다. 창립자인 다니엘은 크리스털을 대량으로 생산해 이를 소재로 사용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납품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단순히 크리스털만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양한 의견을 함께 제시했는데, 이것이 스와로브스키 협업의 시초가 됐다. 현재 스와로브스키는 500개가 넘는 기업과 협업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품목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IT기기까지 영역 확장
스와로브스키는 계속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한때 가전제품에 사용되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이제 USB메모리,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등 각종 IT제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둘러싼 아이패드가 출시되는 등 각종 고가 IT기기에 빠지지 않고 적용되고 있다. 크리스털 액세서리를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한 DIY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크리스털과 도구를 판매하고, 이를 이용해 소비자가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DIY 판매 웹사이트도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틈새시장을 공략함과 동시에 스와로브스키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 말단 광고영업사원서 시작해 300여개 방송·신문·잡지 경영…미디어 '미다스의 손'
▶ [Next Week 경제·경영 세미나] 5월6일(화) ~ 5월10일(금)
▶ '아트 마케팅' 펼쳤더니 성과도 예술이네
▶ 목적 갖고 '빅 데이터' 활용하면 고객불만 줄고 매출이 늘어난다
▶ 고비용 저효율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몰락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