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헤지펀드에 50억 뭉칫돈

입력 2013-05-02 16:56   수정 2013-05-02 22:18

헤지펀드 23개중 6개 마이너스
브레인백두1호 수익률 22%…동양·산은운용 마이너스 10%대
중위험·중수익에 투자금 몰려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심모씨는 며칠 전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킹)센터에 들러 만기가 된 예금 6억원을 헤지펀드에 넣었다. 그는 “헤지펀드 투자가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다고 해 시험적으로 전체 금융자산의 10% 정도를 맡겼다”며 “수익률을 봐가며 추가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한 지 1년6개월째를 맞은 가운데 헤지펀드에 돈을 넣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횡보하고 있지만 헤지펀드 수익률은 꾸준하다는 점이 입증돼서다.

◆삼성운용 뜨고 동양은 지고…

국내 헤지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1조81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설정액 1조원이 깨진 후 4개월 만에 ‘1조원 고지’를 탈환했다. 총 23개 헤지펀드 중 16개에서 플러스 수익을 기록했다. 헤지펀드는 대부분 주식 롱쇼트 전략(저평가 종목을 사고 고평가 종목을 파는 것)을 구사한다.

누적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브레인자산운용이 굴리는 ‘브레인백두 1호’다. 2153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작년 9월 이후 지금까지 22.38%의 수익을 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내놓는 헤지펀드마다 뛰어난 수익을 올리면서 전체 시장의 21%(2267억원)를 점유하고 있다. 2011년 말 설정된 ‘삼성H클럽 에쿼티헤지 1호’의 수익률은 14.92%에 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 스마트Q 오퍼튜니티 1호’ 수익률도 9.35%(설정일 2011년 12월)로 높은 편이다.

반면 동양자산운용의 ‘동양 마이에이스 안정형 1호’와 ‘동양 마이에이스 일반형 1호’는 각각 -11.72%와 -10.77%를 기록했다. 산은자산운용의 2개 헤지펀드 역시 마이너스다. 산은운용 관계자는 “헤지펀드를 출시할 당시 시장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다”며 “수익률을 플러스로 돌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50억원 뭉칫돈도 헤지펀드로

헤지펀드가 일반인들의 예상과 달리 중위험·중수익 구조인 점이 증명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한 증권사 PB는 “개인들은 최소 5억원 이상 내야 하는 규제 때문에 한 번에 5억~6억원을 넣는 사람이 가장 많다”며 “일반 액티브펀드보다 훨씬 안정적이란 점이 알려지면서 50억원을 맡긴 고객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헤지펀드의 주 고객은 기관이나 법인이다. 목표 수익률은 연 8~10% 정도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1~2년 정도 성과를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슈퍼리치들이 헤지펀드를 주시하기 시작했다”며 “펀드당 50명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신규 펀드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수수료는 일반 액티브펀드와 다르다. 투자금의 1.6~1.8%를 운용·판매보수로 떼는데, 별도로 성과보수가 있다. 성과보수는 수익률이 5%를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10%를 받는 식이다. 한상수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 운용본부장은 “헤지펀드 변동성(위험)이 국내 주식 대비 4분의 1인 4% 정도인데도 수익률 목표는 연 8% 이상”이라며 “모든 고객에게 매달 투자 전략과 수익률을 안내하는 편지를 보내 신뢰를 쌓는 것도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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