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연봉도 무시 못해…학자들간 양극화 심화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
폴라 스테판 지음 / 인윤희 옮김 / 글항아리 / 564쪽 / 2만2000원
과학자에게 왜 과학자가 됐느냐고 물으면 답은 한결같다. 수수께끼를 푸는 흥미 때문이라는 것. 과학철학자 데이비드 헐은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짜릿한 기분을 오르가슴에 비유할 정도였다.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만은 “나는 이미 상을 받았다. 그 상은 무언가를 발견하는 기쁨”이라고 했다.
하지만 과연 그것 뿐일까. 폴라 스테판 미국 조지아주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였는가》에서 과학과 돈, 과학과 경제의 상호관계에 주목한다. 저자는 “과학(연구)에도 돈이 필요하고 인센티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첨단과학 연구프로젝트에서 경제학 논리가 차지하는 역할을 폭넓게 살피고 있다.
사실 순수하게 학문을 연구하는 과학자에게도 돈은 중요한 문제다. 책에 따르면 빅뱅을 재현해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2008년부터 가동 중인 유럽의 거대강입자가속기를 만드는 데에는 80억달러가 들었다. 연구원 8명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대학 실험실의 연간 인건비만 35만달러에 이른다. 연구시설을 갖추고 유지하는 데에도 많은 돈이 들고 연구를 맡은 교수진에게 지급하는 초기 연구비도 막대하다. 흔히 쓰이는 실험용 쥐만 해도 상당한 구입비와 유지비를 요한다. 쥐 한 마리를 사려면 17~60달러가 들고 실험동물이 많이 필요한 일부 과학자들은 연간 20만달러를 쥐에다 쓴다.
비용 문제는 연구진을 박사후과정의 연구원으로 할지 대학원생으로 꾸릴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수들이 정규직보다 대학원생이나 박사후연구원, 실무연구원 등 임시직 스태프를 선호하는 것도 비용과 무관하지 않다. 계약직이라 인력 운용이 탄력적인 데다 이들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보조금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과학자, 공학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중요한 요소다. 이들은 더 높은 연봉을 주는 자리로 쉽게 이동한다. 공립대에서 초기 연구비를 훨씬 더 주는 사립대로 옮기는 일은 흔하다. 2009~2010년 정교수 연봉이 상위 20위권에 든 미국 공립대는 캘리포니아대 LA캠퍼스(UCLA)가 유일했다. 과학자들이 논문을 게재할 학술지를 정하는 것도 인센티브와 관련이 있다. ‘사이언스’지에 접수되는 많은 논문은 여기에 발표될 경우 학자들의 모국에서 지급하는 보너스나 금전적 보상과 관련이 깊다고 저자는 말한다. 연구에 성공했을 경우 따라오는 지식의 우선권과 그에 따른 명성, 더 높은 연봉과 컨설팅 기회 등 경제적인 보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연구 동기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로 미국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과학계의 보상체계와 승자독식의 경쟁, 학계의 연봉과 특허 인센티브, 늘어나는 공동연구, 초기연구비 및 설비와 기자재 비용, 정부와 기업의 연구 지원금을 둘러싼 이슈, 외국 출신 과학자들과 구직시장 등 과학자들이 처한 경제 현실과 연구 일상을 밀도 있게 들여다 본다. 아울러 각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장기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개인이나 기업, 산업계에 기대하기 어려운 기초연구(공공연구)를 지원해 성과를 거두는 메커니즘과 사례도 풍부하게 제시한다.
가령 미국의 실험실은 피라미드 구조다. 정점에 자리한 연구책임자는 그 분야의 ‘신’과 같은 존재다. 연구책임자 아래에 박사후연구원, 대학원생, 학부생 순으로 자리한다. 주로 교수들인 연구책임자는 학문적인 열망이 있는 학생을 자신의 대학원 학위과정에 선발하고, 이들이 실험실에서 성실한 ‘일벌’의 역할을 해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실험실을 열고 연구주제를 직접 선정하며 그 결과로 지식재산권을 보유하는 가능성은 요원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실험실의 피라미드 구조와 기성 실적을 토대로 연구비가 지원되는 현실 때문에 학자들 간에도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최신식 시설 건축과 명성을 활용해 뛰어난 교수, 학생, 자원을 끌어들이고 사업을 벌이는 대학의 기업화를 우려하면서 과학계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한다. 교수 연봉을 보조금에 너무 의존하지 말 것, 연구와 훈련 사이의 연결 고리를 느슨하게 할 것, 대학원생을 지원하고 지원금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효율적 방식을 찾을 것, 새내기 연구자들에게도 재원을 제공하고 활동무대를 마련해 줄 것, 공동연구가 실제로 더 좋은 연구결과를 낳는다면 개인이 아니라 과학자 그룹에 시상하도록 보상체계를 바꿀 것 등이다. 주제마다 풍부한 사례연구는 물론 정책쟁점과 해법까지 제시하고 있어 실용적 목적 외에 교양서로 읽어도 좋겠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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