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를 풀어 기업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지극히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대통령 앞에서는 바로 풀리는 이런 규제들이 어째서 이제까지 해결되지 않았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쉽게 풀릴 규제라면 대통령까지 가기 전에 주무부처가 진작에 해결했어야 한다. 에쓰오일 공장만 해도 기업 불편을 해소해 주겠다고 마음만 먹었다면 금세 허용됐을 것이다. 메디텔 건립 역시 관광진흥법 시행령을 개정해 새로운 호텔업 규정만 마련해 줬으면 바로 끝났을 일이다. 결국 공무원이 움켜쥐고 풀지 않고 있는 규제가 도처에 널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규제들을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올린 뒤에야 비로소 완화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지켜보기가 민망하다. 흡사 1960년대를 연상시킨다. 청와대는 이번 규제완화가 ‘바텀업’과 ‘원스톱'이 뭔지 보여준 모범 케이스라고 치켜세우는 모양이지만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모든 걸 대통령 앞으로 가져가 해결하려는 방식은 대통령이 할 일만 늘리고, 규제완화를 더 더디게 만들 뿐이다.
당장 공무원들은 온갖 시시콜콜한 규제조차 대통령 눈에 들기 위한 한 건으로 써먹기 위해 꼼짝하지 않을 게 뻔하다. 갈 길 바쁜 기업들 보고 분기마다 열릴 무역투자진흥회의만 손꼽아 기다리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더욱이 풀리기 어렵다 싶은 규제는 서랍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수도권 규제 등 기업이 정작 핵심으로 꼽는 규제들이 다 빠진 것만 봐도 알 것이다. 게다가 경제민주화다 뭐다 해서 쏟아내는 새로운 규제들은 또 어떻게 할 건가. 규제를 풀겠다면서 문제가 되는 규제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어도 규제완화가 끝나지 않는 이유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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