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조직·인사체계 재편 통해 고용률 끌어올리는 지혜 모아야
최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kangchoi78@gmail.com>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정년 60세 연장 법안이 30일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도 2016년부터 정년 60세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인해 우리 사회가 직면하게 될 다양한 문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정년연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이다. 그러나 개인, 기업, 국가 차원에서 정년연장의 유용성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일률적인 정년 60세 실시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법 및 정책, 제도 입안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 정년 60세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의 수정이 필요하다. 현재 정년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곳은 대부분 대기업 내지는 공공부문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은 94.5%가 정년을 설정하고 있으나, 300인 미만 사업장은 정년제 도입 비율이 20%에 불과하다. 근속연수가 길어짐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을 연장할 경우 기업과 정부는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좋은 일자리에 새로운 청년층의 진입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년연장으로 인한 기업과 국가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임금 프로파일을 생산성 프로파일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생산성과 기여도 등을 고려해 합리적이며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임금 감액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정년연장으로 얻는 사회적 편익보다 비용이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더구나 이런 제도는 노동시장 전체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다.
둘째, 노동수요에 따라 업종별로 정년을 차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정년 60세의 기업 현장 수용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화학 및 중공업 업종은 제조현장에서 숙련기술 인력을 계속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자업종은 제조현장에서 빠른 기술 변화로 인해 중고령 인력의 유지가 부담스러우나, 연구·개발(R&D) 직종은 계속 고용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차이가 있다. 획일적인 정년연장보다 업종이나 직종별 차이를 두는 방안도 고려해야 60세 정년의 성공적 정착이 가능해질 것이다.
셋째, 정년 60세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인사시스템과 조직문화 구축이 필요하다. 직무와 직책, 생산성, 기여도 등에 연동하는 보상제도 운용뿐 아니라 나이에 관계없이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로 승진과 보상이 이뤄지고 또 이를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정년 60세 제도 도입을 고령화에 대비하면서도 일하는 방식과 일의 가치, 평가와 보상제도 등을 대대적으로 혁신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넷째, 정년연장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중소기업의 경영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현행 임금체계 아래에서 정년만 60세로 늘린다면 대기업은 임금총액의 242% 정도, 현재 대기업보다 정년이 4년 정도 짧은 것으로 추정되는 중소기업은 333% 정도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중소기업에서 자칫 이 제도의 도입이 고용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60세 정년연장의 시행이 2016년부터 이뤄진다고 해도, 지금 당장 다양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정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 근로자들이 제도 변화의 혜택을 받기 위해 노사 협상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정년연장 시기가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과도기적 조치 마련에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수도 있다. 정년연장이 자칫 정규직 근로자의 기득권과 고용경직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년연장과 동시에 고용 및 임금의 유연성도 충분히 확보돼야만 고용률 제고와 노동시장의 형평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최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kangchoi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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