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 조작 뒤엔 런던 트레이더들 '초호화 향응' 있었다

입력 2013-05-03 02:11  

마약·성접대에 헬기타고 승마 관람·알프스 스키장 여행까지

WSJ "상품 중개사 로비 확인"



‘코카인과 헬리콥터 제공, 성접대는 물론 알프스 스키장으로 휴가까지 모시고 다녔다.’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영국 런던 금융가 트레이더들과 상품 중개업체 간의 로비 정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튤렛프레본, RP마틴, ICAP 등 세계적인 외환파생상품 중개업체 직원들이 금리 조작 등 부적절한 금융 거래를 부탁하며 트레이더들에게 각종 향응을 제공했다고 1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단독 보도했다.

리보 조작 사태란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리보 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게 보고한 사건이다. 영국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최근 3억9000만파운드(약 6652억원) 벌금형에 처해지는 등 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수사를 받고 있는 데다 최근 독일과 일본 등 아시아까지 리보 스캔들 후폭풍에 시달리면서 이번 중간 수사 결과가 금융권에 또 한번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리보는 전 세계 금리 파생상품 및 대출거래의 기준금리로 사용되며 하루에도 수조달러의 돈을 움직인다.

WSJ에 따르면 튤렛프레본을 비롯해 RP마틴, BGC파트너스, ICAP 등 중개업체 직원들은 트레이더들에게 오류가 있는 리보 데이터를 다른 은행에 보내거나 잘못된 시장 정보를 흘려 금리를 조작하도록 했다. 그 대가로 튤렛프레본은 트레이더들을 런던 스트립클럽,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으로 모셨다.

BGC파트너스는 트레이더들에게 리무진을 제공해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를 돕는 한편 승마 경기가 있는 날 헬리콥터로 경기장까지 트레이더의 가족들을 실어날랐다. ICAP는 트레이더들에겐 프랑스 샤모니, 알프스 등에서 주말 스키여행을 보낼 수 있도록 경비를 제공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코카인과 성접대도 빈번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트레이더에게 금리 조작 대가로 향응을 제공한 금액은 1인당 최소 5만달러(약 5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WSJ는 추산했다. 금품 접대 외에도 이들은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들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오늘은 누구와 성관계를 했다’ ‘주말에 같이 축구 보러 가자’ 등의 내용까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금융가는 뉴욕 월가보다 윤리 규정이 느슨해 리보스캔들이 확산된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월가는 자체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가 1인당 100달러까지만 업무와 관련한 접대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WSJ는 “중개업자들이 트레이더들에게 각종 향응을 제공한 것이 리보 스캔들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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