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쓰는 논술] (3) 정보 경제학

입력 2013-05-03 14:37  

▧ 들어가며…

논술 문제에는 언제나 ‘문제 상황’이 등장한다. 상식과 원칙에 따라 조화롭게 돌아가는 사회나 학문의 영역이라면 출제가 부적합하다. 그래서 출제자는 일정한 문제 상황을 던져주고 그것을 분석할 것을 요구하고, 나아가 비판하거나 대안을 모색해보게 한다.

경제 파트에서 출제되는 문제들 또한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자유롭게 경쟁하는 상황이 우리가 익히 배워온 조화로운 시장경제다. 가격 역시 수요와 공급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제자는 이런 상황을 제시하지 않는다. 논술문제에 등장하는 시장은 고전 경제학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고 그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는 시장이다. 이 문제점이 해결 불가능하다면 시장실패로 이어진다.

이번 호에서는 정보의 문제로 인해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자. 정상적인 시장은 모든 참여자들에게 동등하고 확실한 정보가 주어져 있다는 전제 아래 작동한다. 그러나 합리적인 시장참여자들이라 하더라도 판매자와 구매자가 알고 있는 정보의 양이 균등하지 않거나 정보가 불확실하다면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문제 상황을 다루는 경제 파트가 정보 불확실 내지는 정보 비대칭의 이론이다. 이것을 아울러 ‘정보경제학’이라고도 한다. 학생들은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효율적 자원배분의 실패’라는 주제를 전혀 몰라도 문제를 풀 수 있다. 다만 알고 있다면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지고 더욱 깊이 있는 답안을 써낼 수 있다. 이것을 다룬 최근의 기출문제는 다음과 같다.


2011 서강대 수시 1차 (사회과학부/경제·경영학부) : 정보 비대칭성
2012 동국대 수시 (인문1) : 정보 비대칭, 정보 불확실
2012 숭실대 수시 (경상) : 정보 비대칭성


▧ 어떻게 출제될까

2011 서강대 수시 1차 (사회과학부/경제·경영학부) 기출문제를 살펴보자.

거래 상대의 본심이나 상품의 품질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거래 후에 하는 ‘숨겨진 행동’과 거래 전에 알 수 없는 ‘숨겨진 정보’다. 양쪽 다 상대가 무엇을 숨기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숨겨진 행동은 그 행동에 대해서 정보를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숨겨진 행동과 숨겨진 정보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정보의 문제다. 사는 쪽과 파는 쪽, 거래를 하는 두 사람 사이에 정보의 격차가 있는 상황을 경제학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부른다. 파는 쪽이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고, 사는 쪽이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노동력의 거래를 생각해보자. 노동 능력에 대한 정보는 노동력을 파는 쪽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치열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노동력을 사는 기업밖에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불러오는 전형적인 문제인 시장실패, 즉 시장에 의한 자원배분이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숨겨진 행동과 숨겨진 정보의 경우로 구분할 수 있는데, 둘 다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가지를 확실하게 구별하면 문제의 구조를 알기 쉽다.



위의 제시문을 근거로 건강보험 시장과 중고자동차 시장의 문제점과 그 원인을 규명하고, 인과관계를 설명하라는 것이 논제의 요구이다. 다른 대학의 기출문제도 이와 유사하게 출제돼 왔다. 그럼 논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 무엇이 문제인가


(1) 정보 비대칭

- 판매자에게 정보가 편중되어 있는 경우
대표적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이런 문제가 일어난다. 중고차만큼 품질이 들쭉날쭉한 상품도 없다. 연식이나 주행거리 등이 품질을 대변하는 지표가 되지만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이상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알기 어려운 사항들이다. 반면 판매자는 그 차의 이력이나 사고여부 관리상태 등 차에 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 따라서 판매자가 자신의 차량 상태를 고려해 적정 가격에 팔려고 내놓아도, 구매자는 숨겨진 결함이 있을까 두려워 그 가격에 사는 것을 거부한다. 그로 인해 거래량이 줄고 시장 전체가 침체된다.

- 구매자에게 정보가 편중되어 있는 경우

대표적으로 건강보험 시장에서 이런 문제가 일어난다. 건강보험 시장에서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낮은 보험료를, 건강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인 가격의 형성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건강한지 아닌지에 대한 정보는 건강보험의 구매자 즉, 보험가입자만 가지고 있다. 가입자의 건강상태를 알 수 없는 보험회사는 일률적으로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건강한 사람들은 점점 보험에 들지 않으려 한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만 가입하게 되면 보험금 지급률이 계속 높아져 보험사의 비용 부담은 증가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면 결국 보험회사는 망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시장의 실패이다.

(2) 정보 불확실

-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정보가 불확실한 경우정보 비대칭과 달리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제품에 대한 동일한 정보를 소유하고 있지만, 정보의 양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대량으로 생산과 판매가 이루어지는 도매시장이나 판매자가 독점기업인 경우에 발생한다. 즉 효율적 거래를 위해 상품에 대한 정보 없이 팔고 사는 관행이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 도매시장에서는 다이아몬드의 등급을 감정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감정을 생략하고 일률적으로 판매자가 정한 가격에 거래를 한다. 농산물이나 기타 원자재의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시험에 출제되는 정보경제학의 문제는 위의 세 가지 정도이다. 눈치 빠른 학생들은 알아차렸겠지만 세 가지 사항에 공통된 결과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잃어버리는 현상, 즉 시장실패이다.

▧ 어떻게 해결할까

정보가 비대칭이라면 대칭적 상황을 조성해야 하고, 정보가 불확실하다면 확실성을 높여야 한다. 다만 이것을 법률이나 행정 권력과 같은 권위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차선책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시장의 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장의 문제는 시장이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1) 정보 비대칭의 경우

시장이 취할 수 있는 대책 가운데 하나는 신호주기(signaling)다. 즉, 품질 낮은 차를 사게 될까 두려워하는 구매자에게 판매자는 품질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감추어진 특성을 검증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하는 것이다. 중고차에 대해서 판매상이 일정기간 수리를 보증해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은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건강보험 시장에서는 가입자가 현재 자신의 건강상태가 양호함을 나타내는 ‘건강진단서’를 제출하는 방법이 신호주기의 예다. 다른 방식으로 보험사는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본인부담금’이다. 본인부담금이란 질병이나 사고발생시 가입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인데, 이 액수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만을 보험회사가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이 방법은 사고방지 의무를 소홀히 하는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도 막을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구직자와 구인자 사이의 비대칭정보를 해소하기 위해 구직자가 자신의 졸업장과 성적증명서, 자격증 보유, 경력 등을 구인자에게 알려주는 것도 신호주기에 해당된다.

(2) 정보 불확실의 경우

그 불확실의 원인이 독점기업 때문이라면 독점이 시장실패의 원인이다. 독점기업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하고 구매자의 정보검색을 불허하는 관행 자체를 국가가 나서서 시정할 필요가 있다.

이때는 차선책이긴 하지만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불확실의 원인이 높은 비용과 낮은 기술 때문이라면 기술의 발전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지나 S·논술 인문 대표강사 curitel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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