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기업 실적은 '경영 성적표'…성적이 엉망이면 주가는?

입력 2013-05-03 15:07  

어닝 쇼크와 자본시장

기업들의 ‘어닝 쇼크’ 우려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특히 건설 등 업황이 좋지 않은 종목들의 회사채는 아무도 사려 하지 않아 거래 자체가 없다. 한화건설이 지난 18일 실시한 3년 만기 1500억원어치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유효 수요가 단 700억원에 그쳤다. - 4월 30일 연합뉴스

☞증권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회사(상장회사)는 증시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경영 상태를 공개(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회사 경영이 어떤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자칫 큰 손실을 입히고 증권시장의 신뢰성마저 무너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상장사들은 일정 기간마다 회사의 경영상태와 재무상태표 등을 공개한다. 국내 증권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기업이라면 1년에 네 번 실적을 발표해야 한다. 가령 회계연도가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인 12월 결산법인이라면 1분기 실적, 반기 실적, 3분기 실적, 연간 실적을 공개한다. 실적 발표 기한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분기와 반기 실적은 회기가 끝나는 날로부터 45일 이내, 연간 실적은 90일 이내다. 따라서 12월 결산법인이라면 1분기 실적은 1분기를 마감한 3월 말부터 45일 이내인 4월15일 이전에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연간 실적은 회계연도가 끝난 날(12월31일)로부터 90일 이내인 다음해 3월 말 이내다.

‘어닝 시즌(earning season)’은 분기나 반기, 혹은 회계연도가 끝나고 상장사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시기를 뜻한다.

기업들이 일정 기간 동안의 경영 성적표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시기인 것이다. 기업들의 경영 성적에 대한 일차적 평가는 증권사에서 기업들을 분석하고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담당한다. 애널리스트들은 보통 산업별로 나눠 해당 산업에 속해 있는 상장사들의 분석을 맡는다. 가령 포스코나 현대제철이라면 철강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맡는 식이다.

이들 애널리스트는 평소에 자신들이 맡고 있는 기업의 미래 실적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끊임없이 추적하고 관련 리포트도 내놓는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순이익, 순이익을 발행주식 총수로 나눈 주당순이익(EPS), 주가를 EPS로 나눠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 수준인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가 주당순자산(BPS) 대비 어느 수준인가를 보여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S) 등의 예상치(추정치)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상장사들의 어닝에 대한 평가는 바로 이 예상치를 기준으로 한다. ‘어닝 서프라이즈’는 말 그대로 ‘깜짝 실적’으로 회사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이 기대 이상일 경우에 해당한다. 반대로 기대보다 성적이 나쁠 경우 ‘어닝 쇼크’로 불린다. 실적을 구분하는 기준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등이 전년 또는 전분기(반기)보다 더 많아졌느냐 줄었느냐가 아니라 시장의 기대(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뛰어넘는가 아니면 못 미치는가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상장사의 2011년 영업이익이 100억원으로 예상되고 실제 이익이 1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하자. 그런데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가 110억원이었다면 100억원이 많은 액수이긴 하지만 어닝 서프라이즈는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은 평소에 상장사들의 실적을 전망해 보고서를 내놓는데 이런 애널리스트들의 기대치를 합산, 평균한 게 시장의 기대치로 볼 수 있다. 이를 시장 컨센서스(consensus)라고 한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렇게 실제 실적과 실적 예상치를 비교해 △실제 실적이 예상보다 더 좋으면 매수(buy) △비슷하면 매수 상태 유지(hold) △더 나쁘면 매도(sell) 등 3가지의 투자의견을 제시한다.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높을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는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낮을 경우 해당 기업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주가는 실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실적은 주가뿐만 아니라 회사채 발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어닝 시즌에서 적지않은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을 큰 폭으로 밑돌면서 해당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가 안 팔려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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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를 주식으로 교환해 M&A에 활용한다고?

EB와 기업 M&A

코스닥 기업 오너가 교환사채(EB)를 활용해 모기업이 거느린 상장 자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쎌의 대주주였던 진양곤 회장은 최근 에이치엘비의 최대주주(11.25%)로 올라섰다. 에이치엘비는 하이쎌이 55%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였으나, 하이쎌이 2011년부터 에이치엘비 보유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면서 지분관계가 사실상 청산됐다. - 4월30일 한국경제신문

☞ 유가증권은 재산권을 명시한 채권 또는 소유권을 법적으로 명시한 증서다. 자본시장에서 거래되는 유가증권에는 대표적으로 주권과 채권이 있다. 주권은 주식회사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증서로, 주식은 주권의 소유자인 주주의 지분을 뜻한다. 채권은 기업이나 정부, 금융회사들이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증서로 일종의 빚 보증서다. 주식에는 기업들이 낸 이익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배당금과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보고 투자한다. 이에 비해 채권은 고정적인 이자 수입과 매매 수익이 투자 목적이다. 기업들이 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주식 투자자들은 배당을 받지 못할 수 있지만 채권(회사채) 투자자들은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이자를 받는다.

그런데 유가증권에는 이 같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가진 증권들이 있다. CB(Convertible Bond·전환사채)와 BW(Bond with Warrant·신주인수권부사채)가 바로 그것이다.

CB는 일정 기간 경과 후 언제든지 사전에 합의된 가격(전환가격)으로 발행회사의 주식과 바꿀(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회사채)이다. 채권의 안전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고루 갖춘 상품인 셈이다. 투자자들은 평소 사채로서 확정 이자를 받다가 회사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으로 전환,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사가 1년 만기 CB를 만기보장 수익률 8%, 전환가격 1만원의 조건으로 발행했다고 하자. 전환가격은 CB를 주식으로 바꿔 달라고 청구할 때 주식으로 바꿔주기 위한 1주당 가격을 의미한다. 이 CB를 산 투자자는 1년 동안 A사 주가가 1만원에 못 미칠 경우 만기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연 8%의 이자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A사 주가가 급등해 1만5000원이 됐다면 주식으로 전환해 앞으로 받게 될 이자를 포기하는 대신 주당 5000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만기 때까지 주가 수준이 낮아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할 경우 만기에 지급하는 이자인 만기 보장수익률은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다. 대개 신용이 좋은 기업의 CB는 만기 보장수익률이 낮다. 주식으로 전환은 통상 사채 발행 후 3개월부터 가능하다.

CB는 발행회사의 입장에선 낮은 이자를 지급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주식 활황기 때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 하이쎌의 대주주였던 진양곤 회장처럼 M&A(인수·합병)의 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EB를 사들인 뒤 전환권을 행사하면 보유 지분을 단번에 크게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CB처럼 사채와 주식의 중간 형태의 유가증권으로는 △신주를 인수할 권리가 부여된 BW △사전에 합의된 조건에 따라 발행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으로 교환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교환사채(EB)도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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