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다. 축구·야구·수영·육상·골프 선수 등은 기초체력을 얼마나 단단히 다지느냐가 기량 발휘의 최대 관건이다. 천재적 감각의 축구 선수라도 체력이 약하면 20분밖에 뛰지 못한다. 이런 선수는 진정한 프로가 아니다. 종목 불문하고 운동선수들이 기본체력 키우기에 안간힘을 쏟는 이유다.
경제의 기초체력은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이다. 잠재성장률은 ‘동원 가능한 요소를 투입해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생산증가율’로 정의된다. 생산요소는 노동과 자본, 부작용은 인플레이션(지나친 물가상승)을 주로 의미한다. 잠재성장률이 낮을수록 경기가 조금만 가파르게 상승해도 물가 압력에 부딪친다. 기초체력이 허약한 선수가 약간만 무리해도 숨이 차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잠재성장률은 통화정책을 비롯한 거시경제 정책과 운용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실업을 최소화하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가이드가 되는 셈이다. 잠재성장률은 공급 측면의 개념이고, 실질성장률은 실제 총수요와 총공급의 균형수준을 뜻한다. 따라서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물가가 오르고, 국제수지가 악화되는 부작용이 따르기도 한다. 반대 경우는 그만큼 가용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 국가의 경제운용 입지는 그만큼 좁아진다. 기초체력이 부실한 선수의 활용 카드가 적어지는 논리다. 노동과 자본이 합리적으로 분배되고 효율적으로 기능하면 잠재성장률이 높아진다. 사회적 인프라의 효율적 구축, 인재 양성, 근로의욕 고취, 기업가정신의 함양, 혁신적 기술 개발, 불필요한 규제 완화,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다. 반면 지나친 규제로 시장이 왜곡되고 노동과 자본이 제기능을 못하면 잠재성장률은 낮아진다. 인구 구조상 핵심생산인구(25~49세)가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것도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점차 식어가고 있는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1990~2000년 6.5%였던 잠재성장률이 2001~2010년 4.2%로 떨어진 뒤 현재는 3.7%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잠재성장률을 ‘3%대 후반’으로 추정했다. 실질성장률이 4%를 넘어야 신규 고용이 가능하고, 실업자도 줄어든다는 게 일반론이다.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운동선수의 기량이 빛이 나듯 잠재성장률이 높아야 성장엔진을 힘차게 돌릴 수 있다. 4, 5면에서 한국 경제의 현 상황과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이유 등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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