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학위는커녕 영어도 잘하지 못하는 중국인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투자금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모집했다. 중국 최초·최대 사모투자펀드(PEF)인 ‘호푸 투자관리’의 팡펑레이 회장(61·사진)이 주인공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 팡 회장이 20억~25억달러 규모를 목표로 ‘호푸 마스터펀드 2’ 설립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중국 및 해외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것으로, 출범 전부터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이미 10억달러가 모였다는 설명이다.
팡 회장이 중국 금융가에서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31년 전인 1982년의 개인적인 인연에서 찾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 허난 무역청에서 일하면서 직장 상사로 왕치산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만난 덕이라는 것이다. 왕 서기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부패 척결을 중앙기율검사위에서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7인의 상무위원 중에서도 높은 영향력을 자랑한다.
팡 회장은 1995년 중국 최초의 투자은행(IB)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를 설립했다. 호푸투자관리는 2007년 골드만삭스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에서 25억달러를 유치해 만든 중국 최초의 PEF다. 2011년 돌연 해당 PEF를 해산한 지 2년 만에 다시 모집한 PEF에 돈이 몰리는 것은 투자자들이 팡 회장의 투자 능력 이상으로 그의 정치적 배경을 신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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