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음악과 출신도 법학에 빠지게 만든다

입력 2013-05-03 17:12   수정 2013-05-04 02:59

인사이드 Story - 경희대 로스쿨, 2년 연속 합격률 1위 비결은

비법학 전공자 비중 68%
엄정한 학사관리…유급 많아
시험 답안지도 익명으로



“학부에서 실용음악과를 전공한 학생이 올해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교수들의 학생 지도가 탁월합니다.”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원장(사진)은 ‘2년 연속 변호사 시험 합격률 1위’ 비결을 가르쳐달라는 요청에 교수들 자랑을 늘어놨다.

경희대 로스쿨은 작년 첫 시행된 1회 변호사 시험에 이어 올해 시험에서도 25개 로스쿨 중 가장 높은 합격률을 나타냈다. 작년에는 50명이 응시해 50명 전원 합격했고, 올해는 52명이 응시해 51명이 붙었다. 탈락자 1명은 작년에 졸업했지만 변호사 시험에 바로 응시하지 않은 로스쿨 1기생이다. 로스쿨 2기생만 보면 100% 합격했다. 올해 20명 이상 불합격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전통 명문 로스쿨 학생들이 ‘불합격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경희대 로스쿨의 올해 합격생 분포를 보면 학부 때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법학 전공자들이 35명(68.6%)으로, 법학 전공자 16명(31.4%)의 배가 넘는다. 박 원장은 “로스쿨 입학 당시만 해도 법학에 문외한인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법전을 파고들어 3년 만에 법학 전공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변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교수들의 열정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1·2기를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이 모두 비법학 전공자 중에서 배출된 점을 자랑거리로 내세웠다. 1기 수석 김주연 씨는 한약학과 출신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에 취업했고, 2기 수석 이용정 씨는 실용음악과 출신으로 검사로 재직 중이다. 비법학 전공자들을 위한 ‘프리 로스쿨’ 과정도 학생들에게 인기다. 헌법·민법·형법 등 기초과목을 1학년 정식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1월 중순부터 4주간 하루에 다섯 시간씩 집중 강의해 학생들의 리걸 마인드(법적 소양)를 심어준다.

‘엄정한 학사관리’도 고득점 비결 중 하나다. 예컨대 올해 졸업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졸업이 미뤄진 학생이 3명이나 된다. 학사경고 등으로 고학년으로 오르지 못한 유급생도 매년 나온다. 작년에는 1학년생 2명과 2학년생 1명이 유급돼 1년씩 더 학교를 다녀야 한다. 박 원장은 “시험답안지를 익명으로 써내도록 해 교수들의 사적인 감정이 채점과정에 개입하지 못하게 한 것도 경희대가 처음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경희대는 글로벌 기업 법무에 특화된 로스쿨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낮아지는 합격률이 문제다. ‘졸업후 5년 이내 5회 응시’제도와 ‘입학정원(2000명) 기준 75% 합격률’이라는 법무부 방침에 따르면 합격률이 2~3년 내에 50%대까지 내려간다. 박 원장은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시험과목 이외에는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라며 “입학정원 대비 80% 이상으로 합격률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로스쿨별 합격자 숫자는 물론 학생들의 시험성적도 일체 비공개로 하고 있는 법무부에 불만을 표시했다. 시험성적 등 로펌에서 학생들을 뽑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채용에서 차별을 당한다는 지적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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