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피팅했니?…키작고 팔짧아도 '굿샷'

입력 2013-05-03 17:16   수정 2013-05-03 23:49

Golf는 즐거워 (2) - 핑마니아클럽

회원 5300명…내 몸에 맞춘 핑 클럽에 매료
초보부터 싱글까지 두루 어울리는 동호회




충북 충주시 앙성면의 시그너스CC. 지난달 29일 이곳에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선수를 지냈던 고영준 씨(39·BL메딕스 대표)가 티잉그라운드에 서자 사람들의 눈길이 집중됐다. ‘딱’ 하는 경쾌한 소리에 하얀 공이 300야드는 족히 날아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졌다. “굿샷! 역시 장타네요”라고 외치는 회원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진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맞춤형 골프 클럽 핑을 사랑하는 동호회 ‘핑마니아클럽’ 회원이다. 2005년 네이버 카페에 개설된 이 동호회의 회원 수는 5300여명. 이 가운데 3팀 12명이 올해 첫 정기 라운드를 벌인 시그너스CC에서 회원들을 만났다.

이날 정기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은 캐디백에 고이 모셔온 핑 클럽들을 꺼내 티오프타임을 기다렸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는 오후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그치고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티오프 시간이 임박하자 핑마니아클럽의 총무 박석진 씨(42·늘푸른 의료재단 기획살장)가 헐레벌떡 티잉그라운드로 내려왔다. “역시 주인공은 가장 늦게 오네”라는 애교 섞인 핀잔이 이날 라운드의 분위기를 띄웠다.

핑마니아클럽은 ‘초보부터 싱글까지’ 함께 어울려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동호회다. 클럽을 내 몸에 맞추는 피팅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핑의 클럽 피팅 서비스가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매개 역할을 한 셈이다. 자신의 키와 팔 길이에 맞춰 클럽의 라이각을 조절하고 그립도 선택하는 피팅을 통해 자신의 클럽을 ‘최고의 무기’로 만든다.

1언더파의 베스트 스코어를 자랑하는 핑마니아클럽의 최고수 윤주문 씨는 스스로를 “골프병에 빠진 환자”라고 지칭했다. 광고회사 에이아이디피의 사장인 그는 “키가 작고 팔이 길어 피팅이 필수”라며 “클럽을 핑으로 바꾸고 라이각을 내 키에 맞추니 공이 제대로 맞기 시작했다”고 했다.

핑에서 처음 경험한 피팅의 매력에 빠져 생업을 바꾼 회원도 있다. 최근 경기 이천시에 이지골프피팅센터를 차린 유응선 씨는 “체격이 작아서 클럽을 피팅하기 시작했는데 클럽을 조절할 때마다 타구가 달라지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며 “피팅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이젠 피팅센터를 개업했다”며 개업 기념떡을 돌렸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답게 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는 고영준 씨는 큰 키와 힘 있는 스윙에 맞춰 클럽을 피팅한 후 300야드에 육박하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낸다.

클럽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도 이 동호회의 장점이다. 왼손잡이인 서영진 씨는 “왼손잡이는 클럽 시타를 해볼 수 없어 많은 사전 정보를 찾아야 한다”며 “이 동호회를 통해 충분한 정보를 수집한 뒤 핑 드라이버를 구매했는데 만족한다”고 했다. 왼손잡이 골퍼 버바 왓슨이 핑 클럽으로 지난해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를 우승한 것도 클럽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핑마니아클럽은 핑 수입사와 소비자의 접점이다. 핑 클럽을 수입하는 삼양인터내셔널의 차효미 골프마케팅담당 과장이 회사에 알리지 않고 만든 인터넷 카페로 출발했다. 핑을 쓰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1000여명이나 모이면서 클럽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고 장점도 홍보가 됐다. 회원 수가 늘어나며 삼양인터내셔널도 이 동호회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이제는 소비자의 요구를 듣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연 2회 정기대회를 개최해 식사비와 시상품을 지원한다. 분기별로 정기 라운딩을 즐기는 핑마니아클럽은 돈을 모아 홀트아동복지회에 기부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단신부터 장신,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백돌이부터 싱글까지 함께 어울려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게 핑마니아클럽의 매력 아닐까요”라는 회원 박맹수 씨의 이야기처럼 즐거운 분위기의 이날 정기 라운딩은 막을 내렸다.

충주=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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