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4개사,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STX그룹 '조선'만 살리고 다 판다

입력 2013-05-03 17:16   수정 2013-05-04 01:05

회생 가능 계열사 선별 지원…강덕수 회장 경영권 유지 가능성

STX팬오션은 실사후 산업銀서 인수 여부 결정



STX조선해양에 이어 그룹 지주회사인 (주)STX와 STX중공업, STX엔진 등 3개사가 3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은 STX그룹의 경영정상화 구도가 조선사업 중심으로 짜여졌음을 의미한다. 채권단이 회생 가능한 계열사를 대상으로 선별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얘기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 ‘STX계열 경영지원단’을 만들고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경영정상화 로드맵을 짜왔다.



◆3개사 자율협약 체결 전망

(주)STX를 비롯해 STX중공업, STX엔진이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은 그만큼 그룹의 전반적 재무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력 업종인 조선·해운 관련 업황이 침체된 데다 최근 회사채 신용등급마저 크게 하락하면서 정상적인 자금 조달이 힘들어졌다.

채권단은 이들 3개사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채권단이 자율협약 체결에 모두 동의하면 이들 기업은 회생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존 채무상환이 미뤄지고 신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서다.

금융권에선 STX중공업과 STX엔진에 대한 자율협약이 무난히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달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와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대출과 보증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그룹 지주회사인 (주)STX의 경우 별도 사업 기능이 없어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주)STX의 경우 오는 14일 2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자율협약을 통한 지원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STX팬오션 인수 검토

STX팬오션은 산은이 떠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산은은 사모펀드(PE)를 통해 STX팬오션을 인수하기 위한 실사작업을 진행 중이다. 산은 관계자는 “조만간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수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은이 STX팬오션을 인수할 것으로 속단하기는 아직 힘들다. 산은 내부에서도 무조건적인 인수는 무리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만약 산은이 STX팬오션을 떠안지 않을 경우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국내 해운업 및 금융시장 등에 미칠 후폭풍을 고려하면 STX팬오션을 법정관리에 넣을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STX팬오션의 경우 1조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 물량이 있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해운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다”며 “자율협약을 통해 지원을 계속 하거나 산은이 인수해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내다봤다.

◆STX다롄 경영권 중국으로

STX다롄과 STX유럽 등 해외 생산기지 처리 문제는 아직 유동적이다. 가장 큰 난제는 STX다롄이다. 국내외 금융권에서 끌어다 쓴 대출과 보증 규모만 수조원에 달하는 데다 국내 계열사들까지 대거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STX는 일단 STX다롄의 경영권과 지분 처분 권한을 중국 정부에 위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다롄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국내 계열사들이 선 지급보증 1조원 이상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STX는 STX유럽 산하에 있는 STX프랑스와 STX핀란드 매각도 추진 중이다.

◆대주주 지분 축소 불가피

지주회사와 주요 계열사에 대한 자율협약이 체결되면 강 회장 등 대주주 지분에 대한 감자와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강 회장의 경영권이 제한될 수도 있다. 강 회장은 이미 채권단에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나 박병엽 팬택 부회장처럼 기존 경영진의 전문성을 인정해 강 회장의 경영권을 유지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장창민/이상은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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