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란의 촛불 5년, 아무도 반성문을 쓰지 않았다

입력 2013-05-03 17:42   수정 2013-05-03 23:30

엊그제 2일은 온 나라를 집단 광기로 몰고갔던 광우병 촛불시위가 발생한 지 5년이 되는 날이었다. 2008년 당시 막 출범한 이명박정부가 그해 4월18일 미국과 소고기 수입 협상을 타결하자 대선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던 좌파 진영은 이를 더할 수 없는 호기로 삼아 광기의 대중소요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때맞춰 기획된 MBC PD수첩의 광우병 프로그램은 대중을 선동의 장으로 몰아갔다. 조작된 방송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고 먹거리 불안은 극에 달했다. 철부지 중학생까지 길거리로 나섰다. 유모차를 앞세운 주부가 촛불시위에 나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다.

돌아보면 실로 어이없는 해프닝이었다. 정치 단체들의 선동과 대중의 광기가 결합하면서 불 붙어오른 괴담 시리즈는 끝이 없었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나면서 죽게 된다’에서부터 ‘광우병은 공기로도 전염된다’는 등의 괴담은 온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말았다. 하나같이 허무맹랑한 것들이어서 한국인의 평균적인 지력을 시험하고 있을 뿐이었다.

촛불시위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직·간접 비용만도 3조~4조원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국론분열과 사회혼란까지 감안하면 추정 자체가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당시 주동세력들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장의 반성문을 쓰지 않고 있다. 기획연출 역할을 했던 MBC 관계자들은 아직도 책임문제로 공방전만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촛불민심이라는 당강령을 삭제하기로 한 민주당도 공식적인 사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등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들 역시 잘못을 인정했다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다. 반성은커녕 이들 중 일부는 4대강 사업, 제주해군기지 등으로 이슈를 바꿔가며 사회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반과학적 푸닥거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단죄도 책임추궁도 없는 게 지금 우리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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