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으로 보면 용산사태는 테러
시위대 거친 폭력엔 강경진압으로 맞서
법원서 책임공방때도 공권력 폭넓게 인정
지난달 24일 오전 8시 뉴욕시내 중심에 있는 힐튼호텔 앞. 씨티은행 주주총회가 열린다는 소문을 미리 듣고 소규모 ‘아큐파이 월스트리트(Occupy Wall Street)’ 시위대가 모였다. 집회시간이 다가오자 피켓을 든 시위대는 금세 20여명으로 불었다. 이들은 ‘은행은 커졌지만 우리는 버려졌다’ ‘개미투자자는 내팽개쳐졌다’ ‘OCUPPY’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호텔 앞 인도 위 길이 30m, 폭 5m 정도의 제한된 공간을 뱅뱅 돌며 육성으로 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왜 스피커도 없이 시위를 하느냐’고 묻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복경찰은 “인원이 적은 시위대는 스피커 설치가 불가능하고, 만일 소음을 내면 바로 제재받는다”고 설명했다. 시위대는 당초 예정된 두 시간이 지나자 자동 해산했다.
지난달 22일 오후 3시께 워싱턴시내 백악관 앞 라파예트공원에서는 아르메니아계 시위대 50여명이 아이들 손을 잡고 시위를 벌였다. 요구 사항은 ‘1915년 터키가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죽인 것을 미국 정부가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색소폰 등 악기를 갖고 나온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남에게 피해를 줄 만한 행동은 전혀 없이 허가받은 두 시간 동안 평화롭게 시위를 한 뒤 해산했다.
미국에서 가장 급진적이며 실천적인 행동으로 유명한 미국장애인단체(ADAPT) 소속 200여명도 이날 오후 휠체어를 타고 장애시설 확대를 요구하며 워싱턴 시가지를 거쳐 라파예트공원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 가운데 42명은 집회 막바지 폴리스라인을 넘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됐다가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한국처럼 통행불편, 소음 등 남에게 피해를 주는 집회·시위는 흔치 않다. 바로 공권력의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경찰국 소속의 한국계 경찰 로버트 성 경위는 “한국 노동계와 시민단체처럼 화염병을 투척하거나 죽창을 소지하는 시위는 뉴욕시에서 불가능한 일”이라며 “거칠게 데모하면 다친다는 인식이 들도록 공권력이 강력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시위대도 조심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염병 투척으로 시작된 용산참사는 미국 기준으로 볼 때 테러로 간주돼 바로 체포할 수 있다”며 “진압 과정에서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공권력은 거의 책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위대의 폭력적인 행동에 강경 진압으로 맞서는 것은 미국 경찰의 행동수칙 가운데 가장 기본이다. 성 경위는 “경찰이 시위대로부터 맞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새총 화염병 가스통 등을 동원하는 시위대에는 총을 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수정헌법 1조에 의해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권리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공중의 질서를 해치거나 피해를 줄 때는 가차없이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받는다.
미국의 공권력이 힘을 얻는 것은 경찰에 재량권이 많이 주어지는 데다 책임을 둘러싸고 법정 시비가 붙었을 때 판사들이 공권력을 더 많이 인정하고 있어서다. 성 경위는 “경찰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압했는데도 법원 판결로 피해보상을 해줘야 할 때는 경찰청 차원에서 책임을 져 법과 원칙에 따른 행동을 주저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폴리스라인은 법과 원칙의 성역을 지키는 선이나 마찬가지여서 대부분의 시위대는 폴리스라인을 지킨다. 모든 행사에 폴리스라인을 치는 것은 아니고 과격 시위가 우려되는 집회에만 친다. 워싱턴 경찰국의 스티븐 선드 특수작전과장(경무관)은 “워싱턴에서 열리는 연 1000~1500여건의 집회시위 중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는 건수는 3% 정도에 그칠 정도로 대부분 평화적으로 시위가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소음도 한 번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면 바로 단속이 이뤄진다. 국내에선 5분씩 두 차례 소음 평균을 산출해 단속하는 까닭에 기준 자체가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 1인 시위는 별도 신고절차가 필요 없으나 스피커는 사용할 수 없다.
워싱턴·뉴욕=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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