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식 디케이락 사장 "350개 기업에 부품 공급…고객 다변화로 불황 극복"

입력 2013-05-05 17:29   수정 2013-05-06 03:43

경남 김해시에 있는 152만4000㎡ 규모의 김해골든루트일반산업단지. 지난해 말 입주가 시작된 이곳은 조선업 불황으로 3분의 2 정도가 비어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주말 특근까지 해 가며 서둘러 공장 이전을 마친 기업이 있다. 28년 동안 피팅(관이음쇠)·밸브 제조 한우물을 파 온 노은식 디케이락 사장(사진·56)은 “실력이 있으면 시장이 어려워져도 물건을 잘 팔 수 있다”며 “올해는 작년 대비 4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디케이락은 1985년 설립된 이후 강철로 만든 관 등을 이어주는 피팅과 관 내부의 유체 흐름을 제어하는 밸브 제조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왔다. 조선업이 위축됐지만 고객 다변화가 성공하면서 생산능력을 최근 세 배 늘린 신공장으로 이전했다.

이 회사가 거래하는 기업은 조선, 해양 플랜트, 발전, 반도체, 건설 등 여러 분야에서 350여개에 달한다. 생산하는 피팅·밸브만 7만종에 육박한다. 5년여 만에 거래처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현대로템을 새 고객으로 확보, 제동장치용 피팅·밸브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노 사장은 “팔아도 돈이 안 되는 제품은 과감히 접는 대신 남들이 안 하는 아이템 위주로 매년 50여종을 새로 개발한다”고 말했다. 디케이락은 올해 전년(469억원) 대비 49% 증가한 7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디케이락이 ‘고객다변화’에 집중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1997년 30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 매출은 외환위기를 지나며 2년 만에 100억원대로 불어났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부도를 맞거나 파산하는 사이 세 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노 사장은 “중·대형 피팅 업체들이 줄도산하면서 더 많은 기업과 거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새것이나 다름없는 1억원대 고가 설비를 1000만원대에 살 수 있어 투자비도 아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때를 계기로 해 고객다변화를 본격 진행했다. 그는 “디케이락은 규모가 작고 현금 위주의 거래를 고집해 왔다”며 “덕분에 부도 쓰나미를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해=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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