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똥의 비애?

입력 2013-05-06 02:30  

위생문제 등 통관보류 급증
식료품 美수출 자존심 구겨



‘식품 한류’를 외쳐온 한국 농식품이 수출길에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통관 심사를 뚫지 못해 억류(통관 보류)된 한국 농식품은 450건에 달했다. 전년(403건)보다 11.7%(47건) 늘어난 수치다. 통관 보류 건수는 2008년 347건, 2009년 284건, 2010년 196건 등으로 꾸준히 줄어들다 지난해부터 다시 급증하고 있다.

최근 집중적으로 걸린 품목은 멸치였다. 한국 멸치의 통관 보류 건수는 2011년 75건에서 지난해 124건으로 증가했다. aT 관계자는 “멸치 내장에서 식중독 원인인 보툴리움균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로 FDA의 압류 조치가 잦았다”며 “국내 멸치는 포획 과정부터 염장, 건조 과정이 현대화하지 못해 미국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멸치 내장을 일일이 제거했거나, 건조 과정에서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은 일부 업체만 수출길에 오른다는 설명이다.

통관 보류 원인으로는 유해물질 함유, 비위생성 등 제조 과정 문제가 59%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표기 불량이나 누락 등 ‘라벨링’ 문제(41%)였다. 통관을 쉽게 통과하려고 번데기 통조림을 사료용으로 표시하는 등 ‘꼼수’도 여러 차례 걸렸다. 1년에 10회 이상 통관에 걸린 ‘단골 위반’ 업체도 5개에서 20개로 급증했다. 통관 보류 건수가 한 해 42건에 달한 회사도 있었다.

aT 관계자는 “안전성 관리가 취약한 수산물의 가공 과정을 개선하는 한편 반복적으로 검역 위반을 당하는 업체는 수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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