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환헤지 상품 꺼리는 건 2008년 키코 악몽 때문"

입력 2013-05-06 17:02   수정 2013-05-07 02:49

'제2 키코사태, 예방책은 무엇인가' 토론회

당시 지원된 대출 만기 도래
피해기업들 자금압박 시달려
특별법으로 구제길 터줘야




“정부는 엔저 피해 기업들에 환헤지 상품을 활용할 것을 적극 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8년 키코(KIKO)사태로 인해 환헤지 상품 가입을 꺼리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경환(새누리당) 정세균(민주당)의원과 중기중앙회가 공동 주최한 ‘제2의 키코사태, 예방책은 무엇인가’ 토론회 개회사에서 “중소기업들이 수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거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구제하고 제2의 키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키코 피해기업 1000여개

키코 사태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은 금전적인 손실과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키코는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약자로 환율변동과 관련된 파생금융상품이다. 환율이 미리 정해둔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하한선 밑으로 떨어지면 계약이 무효가 되고 상한선 위로 올라가면 약정액의 1~2배를 물어내야 하는 고위험 금융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당시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뛰면서 이 상품에 가입한 수많은 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다.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1000여개 회사가 총 10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키코 관련 소송을 추진한 업체는 242개고, 그중 20개사는 파산했다. 18개 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은행에 경영권을 빼앗겼다. 소송을 포기한 곳도 71개에 달하고, 지금 현재까지 소송을 진행하는 회사도 133개나 된다.

○“특별법 제정으로 구제해야”

김상근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키코 사태가 발생한 지 5년이나 지났는데도 정부의 무관심 때문에 그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구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도산은 막아야”

최경환 의원은 “피해기업들 중에는 아직도 소송을 하느라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여야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의원도 “당시 응급조치 차원에서 이뤄진 기업대출 만기가 최근 끝나가면서 피해 기업들이 엄청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도산이 뻔히 내다보이는 중소기업을 어떻게 살려낼지 정계가 적극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과 은행권은 시스템 개선을 다짐했다. 이성원 금융감독원 검사기획팀장은 “앞으로 고위험 금융상품 운용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마상천 전국은행연합회 상무는 “키코 분쟁으로 환헤지 상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지만 기업들은 앞으로도 환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며 “은행은 상품을 계속 개발해 나가는 동시에 판매 때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해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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