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11개월 올시즌 美PGA 최연소 우승 기록 경신
세계랭킹 1207위로 대회 출전권조차 얻지 못했던 대기선수 명단 4번.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장애에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 미국 PGA투어 웰스파고챔피언십(총상금 670만달러) 우승컵은 이 같은 악조건을 이겨낸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23세 무명선수 데릭 언스트에게 돌아갔다.
언스트는 6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CC(파72·7442야드)에서 끝난 대회에서 세계랭킹 2위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쟁쟁한 스타들을 제치고 연장전 끝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회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친 언스트는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데이비드 린(40·영국)과 동타로 정규라운드를 마친 뒤 연장 첫 번째 홀(18번홀·파4)에서 파를 잡아내 승리를 거뒀다.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펼쳐진 이날 경기에서 언스트는 17번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한 타를 줄였다. 선두에 한 타 뒤진 채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이고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내 린과 연장전에 돌입했다. 같은 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린이 티샷한 공은 깊은 러프에 빠진 데 이어 두 번째 샷한 공이 벙커로 들어가 4타 만에 그린에 올라갔다. 반면 언스트는 두 번째 샷을 홀 옆 4m가량에 떨어뜨렸고 2퍼트로 파를 기록하며 보기에 그친 린을 누르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만 22세11개월19일의 나이로 우승한 언스트는 지난 1월 소니오픈에서 러셀 헨리(만 23세9개월1일)가 세운 올 시즌 최연소 챔피언 기록도 갈아치웠다. 우승상금은 120만6000달러(약 13억2000만원). 언스트는 이번주 열리는 제5의 메이저대회라고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과 내년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 출전권도 확보했다. 언스트는 “심장이 심하게 요동칠 정도로 이번 우승이 믿기지 않는다”며 “상금도 중요하지만 2년간 PGA투어 출전권을 따낸 게 더 기쁘다”고 말했다.
언스트는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값진 우승을 일궈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 플라스틱 파이프 조각이 오른쪽 눈으로 튀는 사고를 당했다. 안구는 크게 찢어졌고 열 바늘을 꿰매는 대수술이 이어졌다. 그의 오른쪽 눈은 시력을 거의 잃어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사실상 왼쪽 눈으로만 골프를 하는 셈이다.
지난해까지 미국 네바다주립대 라스베이거스캠퍼스(UVLV)를 다닌 언스트는 Q스쿨을 통과해 올해 프로로 데뷔,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를 주로 뛰었다. PGA투어 대회엔 엔트리에 올라간 선수들이 출전을 포기했을 때 참가할 수 있었는데 이번 대회 전까지 7개 대회에 출전해 5개 대회에서 커트 탈락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한 통의 전화가 그런 언스트의 인생을 바꿨다. 지난달 30일 웹닷컴투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뉴올리언스에서 렌터카를 타고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이동할 때였다. 웰스파고챔피언십 대기자 명단 4번이었던 그는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주최측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샬럿으로 이동했고 어렵사리 출전한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안았다.
전날 선두였던 필 미켈슨(미국)은 4라운드에서 한 타를 잃고 3위(합계 7언더파 281타)에 만족해야 했다. 매킬로이도 마지막날 한 타를 잃고 공동 10위에 머물렀다.
한국 선수 중에는 이동환(26·CJ오쇼핑)이 공동 16위(3언더파 285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써 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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