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대금 나눠 받을 땐 빚내서 세금내기도
양도세 10%는 별도…창업자 불만 쇄도
'창업→성장과 회수→재도전' 선순환 필요
게임개발업체 대표 김모씨는 지난해 6월 일본의 한 정보기술(IT) 기업에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회사를 100억원에 매각했다. 지분이 42%였던 김씨는 42억원의 대금을 받았다. 지난 5년에 걸쳐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술과 회사 인력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기쁨도 잠시. A씨는 나중에 12억원의 증여세 납부 고지서를 받고 아연실색했다.
반면 지난해 4월 페이스북에 10억달러를 받고 회사를 매각한 소프트웨어업체 인스타그램의 대주주는 증여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미국 세정당국은 이 회사의 기술과 인력의 가치를 10억달러로 평가한 페이스북의 판단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매각대금 42억에 세금 17억원
A씨가 증여세를 물게 된 것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평가한 기업의 가치와 상속증여세법에 따른 회사 장부가치의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A씨가 소유한 기업가치가 100억원에 현저히 못 미치는 것으로 산정, A씨가 그 차액만큼을 일본 회사에서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해 12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 35조는 벤처기업 주식을 사고파는 M&A에서 거래가액(실거래액)이 국세청의 장부가액(시가)보다 30% 이상 높거나 30% 이하로 낮으면 부당한 이득으로 보고 차액에 10~50%의 증여세를 부과한다. A씨에겐 30%의 증여세율이 적용됐다.
그는 증여세 외에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주민세 등 5억원을 추가로 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손에 쥔 돈은 25억원. A씨는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창업했다고 생각했는데 세금 부담이 이처럼 클 줄 몰랐다”며 “몇 년간 시장을 뚫기 위해 절치부심했던 것을 떠올리면 억울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벤처인들은 A씨의 이 같은 울분에 강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 지난달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 1세대 벤처기업가인 유현호 제닉 대표가 첫 발제자로 나섰다.
그는 “10년 전 창업해 2년 전 상장하기까지 중간에 투자자들이 떠나는 등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며 “그렇게 겨우 회사를 안정시켜놓은 뒤 지분을 팔려는 순간 세금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창업자들은 돈을 회수하는 방법을 찾다가 사기죄에 연루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벤처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대통령 “세제지원책 마련해라”
실제 많은 벤처기업인이 M&A 과정에서 부과되는 세금 때문에 빚을 지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통상 매각 대금은 수차례에 걸쳐 나눠서 받는데 세금은 명의 이전 시점을 기준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수 벤처기업협회 전무는 “세금 때문에 손에 쥐는 돈이 적으니 매각 가격을 올리다 협상이 무산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며 “매각대금이 벤처업계로 다시 흘러들어와 창업-재창업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세금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창업→성장과 회수→재도전’의 선순환적 벤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부터 기재부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협의를 진행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기재부와 금융위 업무보고 때 “벤처 1세대들이 M&A를 통해 자금을 쉽게 회수하고 또 다른 엔젤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금융과 세제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특성상 실거래액과 장부가액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벤처기업을 일반 제조기업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건 맞지 않아 예외 조항을 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좌동욱/김희경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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