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 기자 / 사진 정영란 기자] 이지현(28)은 차근차근 배우의 길을 밟아온 케이스다. 2008년 SBS 일일드라마 '애자 언니 민자'로 데뷔한 이지현은 2년 뒤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 출연한 바 있으며 이듬해 KBS1 '광개토태왕'으로 사극에도 도전했다. 이번 '돈의 화신'에서 홍자몽으로 분한 이지현은 강지환이 복수를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돈의 화신'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이지현은 최근 한경닷컴 w스타뉴스와 만나 "작품 활동을 띄엄띄엄한 것은 사실"이라며 "자꾸만 빨리 다음 작품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당대 최고의 배우인 이덕화이니 많은 조언이나 작품 추천을 해주지는 않았을까? 이에 대해 이지현은 "솔직히 추천해주시는게 없다. 아버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각자 느낌으로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래도 모니터링을 하시는 것 같다고. "모니터링을 하셔도 말씀을 안해주세요. 그냥 가벼운 조언 정도? 가족이라 더 잘 안되는 것 아닐까요?"(웃음)
"사실 시작도 좀 늦은 감이 있었죠. 제 꿈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 나이가 있었으니깐요. 그리고 여자에 유학하고 공부한 것도 있으니까 아깝지 않냐고 하시더라고요."
시작은 늦었지만 이지현의 열정은 부모도 막지 못했다. 7, 8년간 미국 보스톤에서 유학을 하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이 정말 무엇인가라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그는 결국 부모님을 설득해 동국대학교 연영과에 편입했다. 아기 때부터 연예계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이지현은 "아버지나 할아버지께서 TV에 나오는 모습이 신기했다. 어릴적부터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부모님 걱정도 있고 저도 선뜻 결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면서 "정말 해야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찾아온 것 같다. 우선 제 적성에 맞는지 알아보고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편입을 한건데 정말 재밌더라. 피곤해도 일이 즐겁다"라고 배우로 데뷔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꼭 드라마만 고집하지 않는다며 "영화도 해보고 싶고 연극도 해보고 싶다. 함께 작품을 한 선배님들 모두다 연극을 해보라고 하시더라. 아버지도 그렇게 말씀하셨다"라고 덧붙였다.
데뷔한지는 5년이 넘었지만 작품 경력이 적은 그에게 해보고 싶은 배역에 대해 물었다. "'아이리스2'에서 이다해나 임수향처럼 터프하고 시크한 액션연기도 해보고 싶다"라면서 "공효진 선배처럼 통통 튀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지 모두 해보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멜로에도 욕심이 있다는 이지현은 "첫 작품에서 남자친구로 나왔던 오빠가 홍석천이다"라면서 "저와 부딪히는 분들이 코믹하거나 캐릭터가 강한 분들 뿐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잘생기고 멋있는 분들과도 해보고 싶다. 석천 오빠도 멋있긴 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유발했다.
아버지 이덕화는 그에게 연기자의 길을 권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어땠을까? "엄마는 그런 말씀은 잘 안하셨어요. 걱정은 하셨던 것 같은데 엄마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밀어주셨던 것 같아요. 무용을 하셨지만 사실 한 방송국 1기 탤런트 시험을 보신 적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마음을 더 잘 아시는 것 같아요."
아버지와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지는 않은지 물어봤다. 그러자 이지현은 "당연히 아빠랑 연기해보고 싶다. 하지만 좀 더 경험을 쌓은 뒤에 하고 싶다"라면서 "괜히 아빠한테 민폐를 끼칠 것 같아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분명 할아버지 고(故) 이예춘, 아버지 이덕화에 이어 3대째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지현이지만, 그는 캐스팅에 있어 가족을 절대 배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전부 오디션을 보고 배역을 따냈다"는 이지현은 "솔직히 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으셨다.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야 아시는 분들이 조금 생긴 것 같다"라면서 "사람들이 안다는 것에 대해 아버지가 싫어하셨다. 혼자하라고 하셨다. 가끔 엄마가 소개도 시켜주고 사람들도 만나게 주선해주라고 하셨는데 저도 아빠 생각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끝으로 그에게 주연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질문했다. "처음에는 늦게 시작한 일이니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빨리 해야하는데 쉬는 것 같아 우울해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저는 이 일을 오랫동안 할거니까, 길게 보고 천천히 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마음을 놓으니까 평온해지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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