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불편한 윈도8 운영체제 싹 갈아 엎는다

입력 2013-05-07 16:59   수정 2013-05-08 04:32

시작버튼 없애고 터치스크린 추가했지만
소비자들 '낯선 기능' 외면…태블릿선 애플에 밀려
MS "새 윈도 연내 발표"…'윈도7' 부활 전망도




“이건 윈도의 재탄생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상상력을 담은 운영체제입니다.”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윈도8 출시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윈도8은 일반 컴퓨터는 물론 태블릿에서도 쓸 수 있도록 터치스크린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인터페이스(UI)도 기존 윈도 제품과 전혀 다르게 만들었다. 윈도의 트레이드마크이던 ‘시작’ 버튼도 없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상상력’을 반기지 않았다. 대신 기존 제품인 윈도7을 계속 사용했다. 시장조사업체 넷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윈도7의 시장점유율은 44.7%고 그 전 버전인 윈도XP의 점유율도 38.7%다. 윈도8은 ‘MS 사상 최악의 졸작’으로 불리는 윈도비스타보다도 점유율이 낮다. 고작 3.1%다. “일반 컴퓨터에서는 그냥 쓰기에 불편할 뿐이고, 태블릿에서는 애플의 아이패드에 완전히 밀렸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결국 MS가 손을 들었다. 타미 렐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윈도8을 쓰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있다”며 “주요 기능을 다음 업데이트 때 대대적으로 손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현재 ‘윈도 블루’라는 코드명으로 업데이트 버전을 준비 중이며 연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윈도7의 시작 버튼이 부활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개발 중인 윈도 블루를 직접 본 이승연 한국MS 차장은 “사용자들의 의견을 감안해 쓰기 편리하게 바꾼 것”이라며 “기존 윈도8과 상당히 다르게 바뀌는 부분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렐러 CFO도 “앞으로도 계속 터치 기능을 강화하고 PC와 태블릿에서 함께 쓸 수 있는 운영체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작 버튼이 다시 생기느냐는 질문에는 두 사람 모두 즉답을 피했다.

일부 전문가는 “MS가 윈도8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머 CEO가 애플, 구글과의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밀리자 내놓은 야심작이 ‘무리수’로 판명났다는 것이다. FT는 “뉴 코크(new coke) 사태 이후 최악의 참사”라고까지 표현했다. 뉴 코크는 1985년 코카콜라가 펩시와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단맛을 더하고 톡 쏘는 맛은 덜하게 해 내놓은 제품이다. 이후 코카콜라는 40만통에 달하는 고객들의 전화와 항의 편지에 시달렸고, 불과 몇 달 만에 기존의 맛으로 되돌아왔다. 고객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변신이 실패로 돌아간 사례다.

남윤선/김보영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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