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재양성 한평생…박영하 을지재단 설립자 타계

입력 2013-05-07 17:16   수정 2013-05-08 05:26

"의사가 환자 곁 떠날 수 없다" 가정집 입원실로 개조 365일 진료

1956년 을지로에 '박영하산부인과'…종합병원 인가받은 후 사회 환원
1983년 학교법인 설립해 후학 길러



학교법인 을지학원과 의료법인 을지병원을 설립해 한평생 국내 의료 발전과 인재 양성에 헌신한 ‘의료계 거목’ 범석(凡石) 박영하 명예회장이 7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1927년생인 박 회장은 1945년 평양 제3중학교를 거쳐 1950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6·25전쟁 당시 군의관으로 평양 탈환작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그는 중령으로 예편한 뒤 1956년 서울 을지로 4가에 박영하산부인과의원을 개원했다. 개원 당시 “의사는 한시도 환자를 떠나선 안 된다”며 병원 입원실을 가정집으로 개조, 일요일에도 오후 2시까지 환자를 돌보는 등 1년 365일 휴일 없이 진료한 일화는 지금도 의료계에서 회자된다.

환자가 계속 늘어나 병원 증축을 거듭한 박영하산부인과는 1967년 종합병원 설립인가를 받는다. 이때 박 회장은 개인 소유였던 병원을 재단법인 ‘을지병원 유지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환원, 병원의 공익화를 이끌었다. 국내에서 병원을 공익법인으로 전환한 첫 번째 사례였다.

이어 1981년 대전을지병원(현재 을지대병원), 1995년 서울 하계동 을지병원, 2001년 금산을지병원, 2009년 강남을지병원을 차례로 개원해 국내 굴지의 의료원으로 키워냈다.

박 회장은 선친 박봉조 선생의 유업에 따라 교육 사업에도 열정을 쏟았다. 1983년 학교법인 을지학원을 설립해 서울보건대(현 을지대 성남캠퍼스)를 인수했다. 1996년에는 대전 용두동에 을지의과대(현 을지대 대전캠퍼스)를 설립했으며, 2007년 서울보건대와 을지의과대를 을지대로 통합했다.

박 회장은 1994년 의사·간호사 등 자원 의료봉사요원 70여명으로 ‘을지의료봉사단’을 결성해 무료 진료 활동도 활발히 펼쳤다. 그해 일본에서 홀로 투병 중이던 프로레슬러 김일 선생을 을지병원으로 모셔와 2006년 임종 때까지 12년간 무료진료를 해준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1999년 국민훈장 모란장, 2008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전증희 씨와 아들 박준영 을지대 총장, 딸 박준숙 범석학술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하계동 을지병원에, 분향소는 대전 을지대병원 범석홀에 마련됐다.

영결예배는 을지대 성남캠퍼스에서 진행된다. 장의집행위원장은 목영준 을지학원 이사장이 맡았다. 조문은 8일 오후부터 받는다. 발인 10일 오전 8시,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02-970-8400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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