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년내 떠나는 한국 中企…수습생 '마이스터'로 크는 독일

입력 2013-05-07 17:18   수정 2013-05-08 03:00

유럽'히든챔피언'의 힘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북동쪽으로 25㎞ 떨어진 빈넨덴의 주택가. 인구 3만명도 안 되는 이 소도시에 세계 60개국 100개 지사에 1만명의 직원을 둔 청소기기 전문기업 케르허 본사가 있다. 지난해 20억유로(약 3조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독일어권에 있는 1500여개 ‘히든챔피언’ 중 하나다. 조립 작업 중인 직원들의 표정에선 고압력 청소기 분야 점유율 1위라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유럽 재정위기에도 독일 경제가 여전히 꿈틀거리는 것은 이들 히든챔피언이 있기에 가능하다.

인터씨엔, 녹원, 일성테크 등 국내 7개 중소기업 대표들은 KOTRA 주관으로 지난달 28일부터 5월4일까지 독일과 스위스의 대표 히든챔피언 7곳을 방문했다.

기업인들이 가장 부러워한 것은 독일 특유의 견습제도를 활용한 인력 양성 시스템이었다. 히든챔피언들은 실업학교 출신을 견습생으로 뽑아 현장에서 교육시킨 뒤 채용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조달하고 있었다. 어느 히든챔피언 공장 라인에서나 10대 실업학교 학생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전문화된 가족기업을 유지하는 것도 지속 가능성의 비결이다. 이번에 방문한 7개 기업 중 6개가 가족 소유 기업이었다. 기업의 평균 역사도 97년으로, 100년에 가까웠다. 후손들이 가업을 이어받은 뒤 7년간 고용을 유지하면 상속세를 면제받기에 가능한 얘기다. 가업 승계 과정에서 과도한 세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경영권을 포기하는 국내 현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독일 공작기계 제조사 그로브의 클라우스 루돌프 뮈즐 부사장은 “독일 중소기업 중 97.3%가 가족기업”이라며 “안정된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단기적인 이윤 추구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고 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유럽의 작은 기업들이 히든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을 2회에 걸쳐 싣는다.

슈투트가르트=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 히든챔피언

세계 시장 3위 이내 혹은 소속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연매출 40억달러 이하의 글로벌 중견기업을 말한다.

독일의 경영 컨설턴트 헤르만 지몬 지몬쿠허&파트너스 회장이 1996년 처음 정의한 개념. 탁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해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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