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되는데 2000만원 '검은 거래' 왜?

입력 2013-05-07 17:29   수정 2013-05-07 23:36

잇따르는 외국인학교·서울시내 버스 기사 채용 비리

연봉 4500만원 60세 정년
채용 시스템은 주먹구구식
경찰, 21명 청탁 여부 수사



‘연봉 4500만원에 60세 정년 보장’. 서울에 있는 외국인학교 통학버스 운전기사의 평균 급여와 정년이다. 서울시가 손실분을 전액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서울시내버스 정규직 운전기사의 연봉도 근속기간이 4~7년차(3호봉) 기준으로 4021만원이다.

외국인학교 버스, 서울시내 버스 등 버스기사 채용비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 찾기가 힘들어지면서 처우와 급여가 대기업 못지않은 버스기사 채용에 ‘검은 손’이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통학버스 운전기사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외국인학교 교직원 임모씨(52)를 구속하고 임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최모씨(40) 등 운전기사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발표했다.

임씨는 서울의 한 외국인학교 수송부장으로 근무하면서 2008년 6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최씨 등 5명으로부터 학교 스쿨버스 정규직 운전기사 채용 청탁을 받고 1000만~2000만원씩 총 7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운전기사 중 최씨 등 3명은 정규직 기사 채용을, 김모씨(46) 등 2명은 임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을 부탁하며 돈을 건넨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1980년대 중반부터 이 학교의 수송 업무를 맡아온 임씨는 수송부장을 맡은 2006년부터 명문화된 채용 규정이 없다는 점을 이용, 채용 승인 전권을 행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교에서 스쿨버스 기사로 근무하다 지난해 4월 퇴직한 이모씨(50)는 “임씨가 온 뒤부터 1000만원이 넘는 뒷돈이 채용 대가로 건네졌으며 이 과정에서 대형 버스 운전에 미숙한 함량 미달의 기사가 채용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학교가 운전기사들에게 지급하는 근무 외 수당 1200만원가량을 몰래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정규직 운전기사로 채용되면 연봉이 4500만원에 달하고 60세 정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었던 점이 청탁이 이뤄진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학교의 다른 운전기사 21명의 청탁 여부, 학교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버스업체 채용 비리를 없애기 위해 매년 시행하는 시내버스 업체 평가에서 채용 비리 적발 시 10점씩 감점하던 것을 500점으로 대폭 늘리는 등 처분을 강화했다.

최근 서울 시내버스 업체 두 곳에서는 채용 관계자가 지원자로부터 3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2009년과 2010년에도 5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서울시내버스업체는 서울시로부터 보조를 받긴 하지만 완전공영제가 아니기 때문에 인력 선발은 회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어 비리가 지속돼 왔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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