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바꿔 '실업 범위' 넓힌다…통계청, 인터넷으로 취업 광고 보는 것도 구직활동

입력 2013-05-07 17:35   수정 2013-05-08 04:16

경기와 따로 노는 지표
질문지부터 본격 개편
실업률 높아질 듯



실업률 3%대는 취업 의지를 가진 노동인구가 모두 고용된 ‘완전 고용’ 상태다. 한국은 2011년 1분기(4.2%) 이후 2~3%대(분기 기준) 실업률을 유지해왔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지난 3월까지 실업자수와 실업률은 7개월 연속(전년동기 대비) 감소하고 낮아졌다. 청년층 고용률이 8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체감 실업률이 고공행진하는 것과는 딴판이었다.

이에 따라 통계청이 현실과 동떨어진 고용통계의 조사표부터 뜯어고치는 등 ‘새판 짜기’에 본격 착수했다. 구직활동의 정의를 넓혀 숨어있던 실업자를 포착해내고, 다양한 보조지표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사표부터 새로 짠다

통계청은 지난 2일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조사항목과 조사표를 개선하기 위해 일반인 신청자 대상으로 모의 실험에 나섰다.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취업인구와 고용률, 실업률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3만20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1962년부터 매월 작성된 대표적인 고용통계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 사무관은 “조사표의 일부를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항 순서부터 전면적으로 손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과 기획재정부 등은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개편작업을 준비해왔다. 오는 10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기존 실업률 보완책을 권고하기로 한 데 따른 사전 조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업률이 경기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다른 나라에서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말 ILO가 마련한 초안을 한국 현실에 적용해본 뒤, 개선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새로운 고용통계를 선보일 계획이다.

핵심은 실업의 개념을 보완하는 것이다. 한국은 ILO의 실업자 개념을 따르고 있는데, 조사 기간 직전 △1주 동안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고 △지난 4주 동안 구직활동을 했으며 ▷일자리가 생기면 즉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여기 해당한다. 하지만 이 같은 개념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겪고 있는 ‘실질적인 실업자’를 모두 포괄하기 어렵다.

○구직활동 개념 폭넓어질 듯

통계청은 실업자 개념의 큰 틀은 유지하는 대신, ‘구직활동’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으로 구직광고를 보는 것도 구직활동에 포함할 수 있다. 현재는 직업알선기관에 등록하거나 시험에 응시하는 경우 등만 구직활동으로 보는데, 이 때문에 상당수 취업준비생들을 실업자 대신 비경제활동인구로 잡게 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난 1월 비경제활동인구는 1697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공식 실업률의 세부 기준이 바뀌면 현재보다 실업률이 더 올라가는 효과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보조 실업지표를 도입하기 위한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공식실업자에 구직단념자를 더하거나, 35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를 더한 지표 등이 내년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ILO에서는 가사노동과 자급활동, 자원봉사 등을 취업 분류에 넣을 지 여부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에서 특수한 취업준비생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관건”이라며 “이외에도 ‘쉼’의 이유에 육아와 가사를 통합하는 등 세부 개편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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