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 실패하는 순간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구조에서는 선뜻 창업에 나서는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이민화 KAIST 교수)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김일환 스톤브릿지캐피탈 사장)
8일 오후 서울 구로동 한국벤처기업협회에서 열린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선 ‘창업→성장→회수→재창업’으로 이어지는 벤처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초 오후 2시까지 예정이던 간담회는 예정 시간을 1시간 넘긴 오후 3시가 돼서야 끝났다. 현 부총리는 수첩을 꺼내 벤처기업인들의 고충을 일일이 받아적기도 했다. 그는 “단순히 민원 해결 차원이 아니라 정책의 출발점을 현장에 두기 위해 여러분을 만난 것”이라며 “이달 안으로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벤처 1세대들은 우선 과도한 금융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창업을 꺼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 연대보증을 꼽는 이들이 많다”며 “재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늘려 엔젤 투자를 활성화해야 청년들이 빚이 아닌 투자금으로 창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은 출구 전략(투자금 회수)을 통한 재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사장은 “투자금을 회수해 재창업을 준비하고 싶어도 상장심사 강화 등의 규제로 인해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며 “코스닥 진입 장벽을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수 인력 유치를 유해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준 쏠리드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 우수 인력들은 대기업이 아닌 벤처기업으로 간다”며 “한국은 그와 정반대인데 벤처 창업과 성장을 활성화하려면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시스템 개발업체인 엠티아이의 임기호 사장은 기술 개발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는 “현재 기업당 기술 개발 지원 규모는 평균 1억~3억원 수준에 불과한데 이를 50억~80억원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원활한 투자금 회수를 위해 “벤처기업과 대기업이 기술을 사고팔 수 있는 기술거래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민희 아이앤컴바인 대표는 “학교나 공공기관에 우리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해 찾아가면 대부분 잡상인 취급하듯이 홀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벤처기업을 평가절하하는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 홍보에 필요한 자금·기술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최병원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IPO에 성공하는 회사보다 못하는 회사가 더 많다”며 “벤처생태계가 잘 돌아가려면 기업을 청산해야 하는 때도 있으므로 청산과 관련된 법·제도적 절차를 완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현 부총리는 이날 벤처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다양한 세제·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벤처 투자자금 회수와 재투자, 재창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벤처기업 인수·합병(M&A) 때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M&A 활성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김희경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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