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업황 및 전망
올해 제약업체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재정이 개선되면서 약값 인하 압력이 완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1분기를 저점으로 내수시장이 살아나는 것도 고무적이다. 중·장기적으로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가장 혜택을 볼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이런 요인들로 제약업체의 주가는 대부분 작년 하반기 이후 100% 이상 올랐다. 이른바 ‘단기 급등 피로감’에 조정기를 거칠 수도 있지만, 상승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대규모 약값 인하 없을 듯
제약회사들의 실적은 건강보험 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면 약값 인하에 대한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4월 6506개 의약품(건강보험에 등재한 의약품의 47%) 가격을 평균 21% 낮췄다. 2000년 의약분업 실시 이후 최대 약값 인하다. 이로써 건강보험 재정은 6360억원, 환자 본인부담금은 2726억원 줄었지만 제약업체들의 매출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어야 했다.
건강보험 재정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2010년 약 1조원 적자였다. 이후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건전화 노력에 힘입어 2011년 1조500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지난해 4월 대규모 약가 인하로 3조3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내년까지도 재정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국회가 담뱃값 인상을 논의하는 것도 건강보험 재정에 긍정적이다. 담배 한 갑당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354원이 부과된다. 담뱃값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2004년 12월 마지막으로 인상된 이후 8년이 지났다. 그만큼 이번에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200원 인상되면 건강보험 수입은 약 5200억원 늘어난다.
건강보험 재정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약가 인하는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약가 인하만 없다면 제약시장은 계속 성장하는 분야다. 의약품을 많이 소비하는 40세 이상 인구 증가와 고령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의약품 수요 등이 받쳐주고 있어서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합한 국내 의약품 판매규모는 지난해 말 13조7510억원에서 올해 14조1480억원, 내년 14조8590억원, 2015년 15조53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업계 이익 늘어날 전망
지난해 정부의 약가 인하로 이익이 급감했던 제약업체들은 올 1분기를 저점으로 이익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 기저효과에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비용절감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다.
올해 주요 상장 제약사 9곳의 합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32% 많은 4733억원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5635억원으로 올해보다 19% 성장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7.1%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률도 올해 8.6%, 내년 9.5%로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이는 신한금융투자가 투자의견을 제시한 LG생명과학, 종근당, 대웅제약,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일동제약, 옛 동아제약, 유나이티드제약 등 9곳의 수치를 취합한 결과다.
올해는 국내 20번째 신약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신약은 1999년 SK케미칼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지난해 6월 LG생명과학 ‘제미글로정’까지 총 19개가 허가를 받았다. 예전에는 허가받은 신약이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0년 허가받은 보령제약 ‘카나브’의 경우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 효자 품목으로 성장하는 등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번째 신약 후보로는 종근당의 당뇨병 치료제 ‘CKD-501’이 유력하다. ‘CKD-501’은 올 하반기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품목 허가를 받아 상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약사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것 같다. 예전과 달리 리베이트 영업이 힘들어져 대형 업체의 품질과 브랜드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다. 2011년 약 30%였던 국내 상위 10대 업체의 처방량 점유율은 올해 31.6%로 높아질 전망이다.
○중·장기 투자 매력 높아
제약업체들의 주가가 이미 많이 올라 지금 와서 주식을 매수하기에는 비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경기 부진에 따라 대부분 업종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도 쉽지 않다. 건설, 조선 등 수주산업의 수익성 우려가 커졌고 철강, 화학 등 소재산업도 예상보다 회복이 더디다는 평가가 많다.
제약주들은 가격 조정보다 기간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 가격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이익 안정성과 성장성이 다른 업종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투자 매력은 충분하다. 제약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높인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kdbae@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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