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솔직담백한 괴짜, 긱스의 이유있는 성공

입력 2013-05-10 14:30  


[양자영 기자] “우린 정상인데 둘이 모이기만 하면 이상해져요. 오히려 더 찌질해지기도 하고요. 그 느낌이 곡에 담겨서 표현됐을 때 재미있다는 분들도 계세요. 솔직히 어떤 멋진 남자라도 그런 면들은 다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찌질이라고 말하는 진짜 괴짜가 나타났다. 음악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온라인에서 의기투합했다가 오프라인에서 보양식을 함께 먹으며 2년 만에 처음 안면을 튼 루이(23)와 릴보이(21) 얘기다.

4월 말 더위가 기승인 한낮의 언론사 사무실, 기자와 초면이라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지만 긱스는 이내 “첫 대면 당시 서로가 이성이었다면 오히려 실망감이 더 컸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더니 여느 또래와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 어제 과음한 얘기, 서로의 술버릇 얘기, 차 안에서 했던 말 등 일상의 소소한 대화도 주절주절 늘어놨다. 생각보다 수다스럽다고 말하자 동행한 매니저는 “원래 수줍고 낯가리는 성격인데 오늘 이상하다”며 하하 웃었다.

어린 나이에 온라인을 통해 만나 서로의 생각을 합쳐 성공을 일궈낸 긱스. 음악에서 느껴지는 진지함과는 달리 루이와 릴보이는 유쾌하고 자유로웠다. 5년 친구라 이제는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모든 걸 알 수 있다는 긱스는 “한바탕 재미있게 살고 싶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첫 정규앨범, 15곡이 많다고요?”
첫 정규 앨범 ‘백팩’에는 총 15곡이 수록돼 있다. 웬만한 가수도 요즘 같은 시기에는 꽉 찬 정규 앨범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 하지만 긱스는 데뷔 2년 만에 자신들의 20년 남짓한 삶을 15트랙에 담아냈다.

“곡이 많은 것 같나요? 하지만 중고생 때는 20곡 있는 앨범도 들어봤는걸요. 작업 과정에서도 트랙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제는 10곡도 많은 시대가 됐더라고요. 적어도 우리는 그 시대 제가 느꼈던 향수를 우리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릴보이)

꽉 찬 트랙은 각자가 품은 이야기와 의미에 따라 달리 배치됐다. 초반 7트랙, 후반 7트랙은 각각 삶과 사랑에 대한 공통 주제를 가진다. 그 분기점이 되는 곡이 13번 트랙인데, 구성상 중간이 아닌 후반에 놓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번 트랙 ‘Lights On’은 긱스가 어떻게 음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마지막 15번 트랙 ‘유언’은 ‘끝’을 앞두고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긱스의 진지한 모습을 담고 있다.

“각 음악마다 자신의 위치와 구성에 적절한 역할이 있어요. 한 곡 한 곡이 모두 소중하다보니 한번에 15곡씩 넣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런 곡들을 싱글로 잘라서 내는 일은 없을 거예요.” (루이)

그렇다면 긱스는 왜 역사에 길이 남을 정규 앨범 제목으로 ‘백팩’이라는 다소 의외의 단어를 택했을까? 긱스는 “태어나서 학교에 다니고 직장생활 할 때까지 가장 가까운 아이템이 백팩이라고 생각한다”며 “가방의 용도에 비춰봤을 때 우리의 지난 삶을 (앨범에)담는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1등은 언제나 좋아”
타이틀곡 반응은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다. 4월29일 앨범발매 직후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백팩’ 전곡이 실시간 차트 순위권에 진입한 것은 물론 타이틀곡 ‘Wash away’는 수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멜론 실시간차트 13위, 주간차트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 실시간 1위까지 올랐던 긱스는 “1등은 언제나 좋다”며 웃어보였다.

“저희는 솔직히 1위에 무감각한 편인데 주위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점에서 기뻐요. 회사 식구들이나 부모님들이 기뻐하시는 걸 보고 저희도 같이 좋아하는 거죠.” (루이)

학창시절 음악 실기 점수 30점을 넘지 못했다는 루이는 “공작 같은 건 자신 있었는데 오히려 음악은 자신 없었다”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처음엔 차트 성적을 보고는 ‘큰일났다’고 생각했어요. 마이크를 갖고 공연을 했다면 이제는 확성기를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 한 마디로 책임감이 커진 거죠. 그래서인지 음악에 더 힘을 주게 되요. 이번 정규앨범도 일주일에 3시간씩 자고 작업한 거거든요.”

긱스의 성공은 확실히 놀랍다. 메이저 출신도 아니고 대대적인 언론 홍보나 TV출연도 없었다. 오로지 음악 퀄리티와 대중의 입소문만으로 적자를 면하는 자리에 올랐다. 명실상부 음원강자가 된 이후로는 팬들의 요청으로 공중파 음악방송까지 진출하는 호사를 누렸다.

“기본적으로는 저희의 녹음, 믹스 스케줄을 정리해 주시고 앞길을 다듬어주신 소속사 식구들 덕분이지만 끝까지 의리를 지켜준 팬들의 공이 컸다고 생각해요. 새로 생긴 팬분들도 저희가 기죽지 않게 항상 응원 많이 해주시고요. 어제는 생일이었는데 레모나 선물도 엄청나게 많이 받았어요.” (루이)

“일단 군대 가기 전까지는 열심히 활동해야죠. 대학원 졸업하고 계약 끝나는 시점에 맞춰서 군대를 가려고 생각중인데, 아마 동반 입대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릴보이)

데뷔 2년. 싱글 4장, 미니 2장, 정규 1장, 리패키지 1장으로 긱스는 ‘명품 듀오’ 반열에 올랐다. 인기와 영예와 금전이 따라왔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 그들은 여전히 익숙한 작업실에서 서로에게 피드백을 하면서 음악 작업을 해 나갈 뿐이다.

비현실적 가사는 자제하는 편이다. 주로 직접경험을 통해 가사를 쓰기도 하지만 꿈에서 얻은 영감이라고 해도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네가하늘에서 날개를 달고 내려왔어”라는 비현실적 가사도 그 나름 표현법을 일상과 경험에서 익힌다는 철학이다.

그래서인지 긱스의 음악은 담담하면서도 일상적이다. 아픈 사랑을 노래해도 감정에 호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부분이 많은 리스너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언제나 우리의 솔직한 마음을 담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20대 중반의 마음을 ‘백팩’에 담았다면, 30대엔 30대만의 이야기를 또 다른 ‘백팩’에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진제공: WA엔터테인먼트/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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