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길고양이 먹이주기 옳을까요

입력 2013-05-10 15:22  

"모든 생명은 소중…길고양이도 마찬가지"

"혐오스러운 길고양이 개체 수만 늘린다"

요즘 주택가나 아파트 주변에 보면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소위 ‘캣맘’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주인 없는 개나 고양이에게도 최소한의 생존권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움직임에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도 동참하고 나섰다. 서울 강동구가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강동구는 길고양이가 많이 다니는 길목 20여곳에 밥그릇 100개를 설치하고 ‘이곳은 배고픈 길고양이들이 밥을 먹는 곳입니다’라는 팻말을 꽂는다고 한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려는 사람들은 이 밥그릇에 밥을 주면 된다.

하지만 지자체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렇지 않아도 길고양이가 많아서 문제인데 밥을 주면 숫자만 괜히 늘어난다는 것이다. 개인이 주는 것도 그런데 지자체까지 나서면 더욱 고양이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불만도 있다. 길고양이 먹이주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캣맘들은 대부분 강동구의 이런 방침에 찬성하고 있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일부 주민들 때문에 고양이 밥주는 것도 눈치를 봐야 했는데 강동구가 아예 지자체 차원에서 밥주기를 한다니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아무리 주인 없는 고양이들이지만 생명은 소중한 것이며 이들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서울 강남의 W아파트에서 몇 년째 고양이 먹이를 주고 있는 M씨(52세)는 “고양이가 쓰레기 봉투를 뒤진다며 불만인 사람들이 있는데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면 쓰레기 봉투를 뒤지는 일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길고양이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에 대해서는 이제 상당히 관대해지고 가족처럼 여기는 반면 고양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정적 생각이 뿌리 깊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를 일부 식구의 반대로 길에 버리는 일이 많고 결과적으로 이런 결과 길고양이가 늘어나기도 한다며 고양이나 동물에 대한 인식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주인 잃은 개를 돌봐주면 대부분 사람들이 “좋은 일 한다”고 여기면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에는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기로 결정한 강동구 측은 급식소를 만들면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키기도 쉬워져 숫자를 통제할 수 있게 되고 고양이 생활 반경 역시 일정 구역 내로 통제가능한 만큼 급식소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반대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은 “안 그래도 고양이가 많아 골치아픈데 밥을 주면 더 늘어나는 것 아닌가”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쓰레기 봉투를 뒤져 주변을 더럽게 만들고 주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데다 짝짓기할 때는 시끄러운 울음소리까지 내는 고양이를 쫓아내지는 못할 망정 지자체가 나서서 먹이를 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 강북 H아파트 주민 K씨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들의 집에서 기르면 그만이지 왜 길고양이들에게까지 먹이를 줘서 숫자를 늘리려 드느냐”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고양이에게 혐오감을 갖는 주민들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고양이 먹이주기를 하는 것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강동구에 접수된 길고양이 관련 민원 500여건 중 90% 이상이 ‘우리집 앞 고양이를 없애달라’는 내용이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만큼 길고양이 피해가 심각한데 지금 강동구의 결정은 대다수 주민의 의사를 거스르는 처사라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강동구의 결정은 현재 서울시가 벌이는 길고양이 숫자 통제 시책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길고양이 숫자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위해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 후 풀어주는 정책을 시행 중인데 계속 먹이를 주면 이런 정책이 무의미해진다는 얘기다.


생각하기

우리나라에서 동물, 특히 사람들이 많이 기르는 동물들에 대한 생각은 최근 몇 십년간 급격하게 변화해왔다. 전에는 개나 고양이처럼 사람이 기르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불렀지만 최근에는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애완동물은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 장난감’ 이라는 뜻이다. 동물을 그저 움직이는 장난감 정도로 여기는 생각이 녹아들어 있는 말이다. 반면 반려동물은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뜻이 강하다. 마치 한 식구처럼 동물을 소중히 여기고 그에 합당하게 대한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동물병원이나 동물용품판매점 등이 크게 늘어나는 등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급성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제는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큰 갭과 단절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개와 고양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개를 대하는 태도는 눈에 띄게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반면 고양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편견이 많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길고양이 밥주기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요즘 집에서 기르는 동물의 종류는 정말로 다양해졌다. 그만큼 어디까지를 반려동물로 보고 친가족처럼 대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동물에 대한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고 이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자신의 취향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때다. 이웃집에서 기르는 동물 때문에 싸움이 생겨 살인까지 저지르는 세상이다. 어떤 동물을 어디까지 사람이 돌보는 게 옳은지는 사실 답이 없다. 다만 이번 논란이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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