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9명의 사외이사가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 추천 권한을 스스로 포기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이 사외이사들을 통해 회장 후보군 선정 및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금융가에서는 사외이사들의 이 같은 의지가 지켜질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지만 이번 KB지주 회장 선임 과정은 과거 양상과는 다름 흐름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외이사 고승의 숙명여대 교수는 10일 “사외이사들이 기존에 행사해왔던 회장 후보 추천권을 포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KB지주는 이로써 △기존에 후계 양성 프로그램에 있는 인재 풀과 △외부 헤드헌팅 회사의 추천 인사들만으로 30명가량의 후보를 추려낼 계획이다.
KB지주의 다른 사외이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한마디로 외부 입김을 철저하게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사례를 봤을 때 회추위 일정이 시작되면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유력 인사를 후보군에 넣어 달라는 청탁이 사외이사들에게 몰릴 게 뻔해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사외이사들의 이번 조치에 회의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KB지주가 관리하고 있는 회장 후보군에 이미 낙하산 인사가 반영돼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KB지주 계열사의 한 고위 임원은 “헤드헌팅 회사들도 회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을 확보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전·현직 관료 혹은 정치권 인사를 추천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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