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FTA 추가 협상 나선다

입력 2013-05-12 17:22   수정 2013-05-13 00:45

산업부, 15일 공청회

관세철폐율 90% 불과…국내기업 이용 8.9% 그쳐
한국車, 말레이시아·베트남서 무관세 혜택 못받아



정부가 2007년 발효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의 개방 수준을 높이기 위해 추가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앞두고 15일 공청회를 열어 학계와 기업의 여론을 수렴한다.

한·아세안 FTA 추가 협상은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회원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완성차 기준) 등을 겨냥하고 있다.

◆공청회 열어 여론 수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90% 수준인 한·아세안 FTA 개방률을 끌어올리자는 데 양측이 공감하고 있다”며 “추가 자유화 추진을 위해 학계와 경제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우선 청취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15일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한·아세안 FTA 추가 자유화 추진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인 아세안은 미얀마 라오스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10개국으로 이뤄진 인구 6억명의 거대 경제권이다. 한국에는 미국 중국 일본 EU와 더불어 5대 교역시장 중 하나다.

아세안은 1990년대 중반부터 급격한 경제 성장에 힘 입어 구매력이 커졌다. 현지 내수시장을 겨냥한 투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한·아세안 FTA는 2005년 협상을 시작한 뒤 2007년 6월에 발효됐다. 한국이 거대 경제권과 맺은 최초의 FTA로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한국의 아세안 수출액은 지난해 791억달러로 FTA 체결 전인 2006년 320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개방률 더 끌어올린다

하지만 한·아세안 FTA는 한국이 미국, EU 등과 맺은 FTA와 비교하면 개방 수준이 낮아 국내 기업의 활용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미, 한·EU FTA의 관세철폐 비율은 99%에 달한다. 반면 한·아세안 FTA는 90% 수준이다. 때문에 국내 기업의 한·아세안 FTA 활용률은 8.9%에 불과하다. 한·미, 한·EU FTA 활용률이 60~80%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게다가 한·아세안 FTA는 상품 수 5224개를 기준으로 관세철폐 비율(90%)을 정한 뒤 나라별로 양허 품목을 정하도록 해 일부 국가에서는 자동차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상품이 관세철폐 품목에서 제외됐다. 예컨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완성차)는 무관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부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세안 일부 국가와 양자 FTA 체결을 추진해온 것도 자동차 시장을 포함한 아세안 시장의 개방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다.

◆투트랙 협상 전략 구사

정부는 이 같은 개별 국가와 FTA 체결을 진행하면서 아세안과 추가 협상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아세안 전체와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경쟁국인 일본은 아세안 개별 국가와 협상을 추진하고 있어 체결 속도가 더딘 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아세안 FTA 개방 수준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동시에 양자 협상,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양한 방식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세안도 추가 자유화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한성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세안 입장에서도 시장 확보,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확대 등 실익이 적지 않다”며 “역내 입지를 견고히 하기 위해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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