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日시장 철옹성이라지만 한번 진입하면 그만큼 안정적인 곳
中 강력해지고 美·日 상대적 약화…우경화 뒷면에 日국민들 불안감도
이달 말 이임을 앞둔 신각수 주일대사(58·사진)는 양국 외교가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통한다. 유학 시절을 포함해 7년 동안 일본을 경험했다. 2011년 주일대사로 부임한 뒤에도 어느 때보다 일이 많았다. 독도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고,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일본 정가엔 극우 바람이 거세졌다. 과거사 문제도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부각됐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최근 만난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장(전 미쓰비시상사 회장)의 얘기부터 꺼냈다. “양국 간 정치권이 시끄럽지만 한국과 일본 기업 사이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지에서 활발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소식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하더군요.”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양국 간 온도 차가 크다는 뜻이었다.
신 대사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력 방안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나는 일본 기업의 적극적인 한국 유치. 그는 “엔화가치가 최근 들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일본 기업들의 해외 이전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부품·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을 최대한 한국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기업에서 볼 때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이전 후보지라는 것. 그는 “중국과의 인접성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확장성, 낮은 세금, 수준 높은 제조업 기술 등은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장점”이라며 “문화적 언어적 지리적 측면에서도 일본과 가장 비슷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 대사는 “일본 내수시장을 흔히 ‘철옹성’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성공한 한국 기업인들은 다르게 얘기한다”며 “사업 초기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긴 하지만 일단 정착만 하면 오히려 일본의 이런 안정적인 시장질서가 기업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인구 1억2000만명에 국민소득 5만달러의 거대 시장이 우리 바로 곁에 있다는 건 어찌 보면 행운”이라고 했다.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관계 개선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학으로 치면 양방과 한방의 혼합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외교 루트 등을 통해 단호한 원칙을 제기하는 것이 ‘양방 치료’라면 인적·문화적 교류를 통해 양국 간 신뢰의 폭을 넓히는 것은 ‘한방 치료’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우경화도 단편적이 아닌 구조적 관점에서 해석해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보수·우익화하는 근저에는 동아시아 질서 재편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안감이 깔려 있다”며 “중국의 부상과 미·일 양국 국력의 상대적 저하 등 여러 구조적 요인들이 맞물려 있는 사안인 만큼 단선적 대책만으론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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