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무리한 대책 지적
LTV 60% 적용한 후 임차보증금 50% 떼면 집값 10%만 대출 가능
일부 국회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은행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주택 가격의 절반을 세입자에게 먼저 줘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일각에선 정치권이 ‘렌트푸어(전세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리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13일 입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관련 은행권 의견’이란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는 최근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모아 국회와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김 의원 등이 내놓은 개정안은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도 세입자가 집값의 절반까지 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은 서울의 경우 보증금이 7500만원 이하일 때만 임차인이 2500만원까지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세보증금 액수와 상관 없이 세입자가 주택 가격의 50%를 먼저 받을 수 있게 된다. 보증금이 주택 가격의 절반에 미치지 못할 경우엔 보증금의 80%를 우선 변제받도록 했다. 김태년 의원실 관계자는 “경매에 넘어간 집에 살고 있는 렌트푸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자는 게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담보인정비율(LTV) 60%를 적용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행들은 경매 때 우선 변제되는 임차보증금 50%를 제외한 10% 수준만 대출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5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담보로 빚을 낼 경우 현재는 LTV 60%를 적용한 3억원에서 2500만원(서울시 최우선변제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2억75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LTV 60%를 적용한 3억원에서 집값의 50%인 2억5000만원을 제외한 5000만원까지만 은행에서 빌릴 수 있다. 앞으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A은행 부행장은 “입법 취지엔 공감하지만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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