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STX 자율협약 개시..채권단 '부담'

입력 2013-05-14 14:32   수정 2013-05-14 16:21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주)STX 간 자율협약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채권비율 25.7%) 농협은행(16.8%) 신한은행(8.8%) 정책금융공사(3.8%) 등 4개 채권금융기관은 이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44.9%)에 자율협약 체결에 동의하고, 신규자금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주)STX는 앞으로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대신, 신규자금을 공급받고 정상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은 자율협약 체결에 따라 3000억원을 곧바로 (주)STX에 지급하고 추후 채권비율대로 채권단에서 돌려받을 계획이다. (주)STX는 이 돈으로 일단 이날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2000억원을 막고, 나머지 1000억원은 실사가 만료될 까지 회사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채권단 ‘울며 겨자먹기’ 동의

STX그룹은 지난 3일 (주)STX와 계열사인 STX중공업, STX엔진, 포스텍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했다.

그간 채권단은 4개사 중 지주회사 성격의 (주)STX와 포스텍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는 데 대해 부정적이었다. 자체 수익모델이 불확실하고 전체 채권 중 자율협약 적용을 받지 않는 회사채 비중이 높아 채권단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2개 회사의 직원 수가 적고 협력업체도 많지 않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당초 동의서 제출 마감일은 지난 10일이었지만 14일 아침까지도 동의서를 낸 곳은 우리은행 1곳에 불과했다. 자율협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채권단이 막판에 입장을 바꾼 것은 금융감독 당국의 강한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해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이후 (주)STX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사채 시장이 마비될 수 밖에 없다”고 채권단을 압박했다. (주)STX와 다른 계열사들 간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주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STX조선해양 등 다른 계열사에 대한 자율협약이 원만하게 추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금융감독 당국의 우려도 작용했다.

◆포스텍·중공업·엔진도 체결 확실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주)STX의 지배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계열사 포스텍도 자율협약 체결이 유력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포스텍은 (주)STX 위에 있는 또 다른 지주회사 성격의 회사”라며 “(주)STX가 자율협약 체결이 안 되면 포스텍도 어려웠겠지만, (주)STX가 자율협약에 들어갔다면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며 회사를 살리겠다고 결정한 것인 만큼 포스텍도 협약을 맺고 채권단이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6일까지 동의서를 받을 예정인 STX중공업과 STX엔진은 자율협약 체결이 확실시된다. 채권단은 이미 자율협약 체제로 운영되는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 성격인 2개 회사에 대해서는 같이 자율협약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채권단 부담 최소 2조원

(주)STX에 대한 3000억원 지원과 별개로 STX중공업은 1500억원, STX엔진은 400억원, 포스텍은 700억원 지원을 채권단에 요청했다. 4개사 모두 자율협약이 체결될 경우 채권단은 4개사에 56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앞서 STX조선해양에 대해 60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한 것을 합하면 모두 1조1600억원을 당장 지원해야 하는 셈이다.

채권단은 이외에도 이들 기업에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를 모두 막아줘야 한다. 자율협약을 체결했거나 체결이 유력한 STX계열 5개사가 앞으로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주)STX가 6850억원, STX조선해양이 7300억원, STX중공업 700억원, ST엔진 2170억원 등이다. 긴급지원금으로 일부 회사채를 막은 후에도 1조원 가량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추가 충당금 부담과 신규자금 지원 부담, 회사채 상환 부담 등을 모두 합하면 STX그룹으로 인해 채권 금융기관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최소 2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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