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불법파견 논란…학계 "관련법 정비해야"

입력 2013-05-14 17:03   수정 2013-05-15 01:56

고용유연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자 (下) 개선 시급한 비정규직법

파견업무 불법으로 규정… 대법원 판결 비판 잇따라
"선진국처럼 전면 허용을"




지난해 2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인 최병승 씨에 대한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 판결이 난 이후 “대법원 판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직 도급과 파견을 구분짓는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도급 형태를 지나치게 정형화해 구분짓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보수적인 노동시장 형태를 유지해온 독일에서도 파견과 하도급이 법으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업무의 혼재가 문제되지 않는다”며 독일 공항 보안검색대의 혼재 업무를 예로 들었다. 독일의 한 공항 보안검색대에선 하도급업체 근로자와 파견업체 근로자가 섞여 일하고 있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에서도 제조업 파견을 엄격하게 규제하던 시절 외부 노동력 활용이 파견인지 도급인지를 둘러싸고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법적 분쟁이 있었다”며 “기업들은 이제 파견에 대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진성(진짜) 도급 방식으로 외부 노동력을 활용해 지금은 파견인지, 도급인지가 더 이상 시빗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도 기업들이 사내하도급의 이점을 잘 알고 있어 파견과 도급 구별이 어렵도록 관계를 진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에서 혼재 업무는 거의 문제되지 않는다. 볼커 리블레 독일 뮌헨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한국노동법실무학회 세미나에 참석해 “혼재 작업장에서 도급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했다고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며 “컨베이어벨트에서의 조립 등 내부생산 공정에 대한 위탁행위는 기업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파견과 도급을 구별하는 법적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법원은 올해 1월 도급 관련 판결에서도 “원청회사가 하청근로자에게 강도 높게 지시하는 것과 하청근로자의 선별에 관여하는 것 모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전통적으로 근로자 보호를 우선시하던 독일 법원이 도급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은 경직적이고 규제적인 노동법으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교수는 결국 불법파견 문제는 파견근로를 제한하는 비정규직 관련법을 정비하는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도 “파견법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파견업무 제한은 선진국들처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및 일부 정치권에선 최병승 씨 대법원 판결을 확대해석해 컨베이어 생산 방식의 현대차 사내하도급은 그 자체가 불법이라며 모든 사내하도급의 정규직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지법은 지난해 10월과 올 3월 “대법원 판결은 최씨 1인에 관한 판단”이라며 “이를 일반화해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화하도록 요구하며 불법파업을 벌이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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