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규제 많은 한국, 두 손 묶인 채 美·日·獨과 싸우는 꼴

입력 2013-05-14 17:04   수정 2013-05-15 01:58

고용유연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자 (下) 개선 시급한 비정규직법

제조업 강국 獨·美·日 파견근로 제한 적어
한국은 32개 업종만 허용 … 제조업엔 금지
고용보호 수준 높은 佛·이탈리아 산업 침체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 미국은 노동시장 유연성이 돋보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파견근로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기간제(계약직) 기간도 긴 편이다. 합리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임금 유연성과 근로시간 유연성까지 확보해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시장 경직화로 인력 운용의 탄력성을 잃어가고 있는 국내 기업과 비교하면 경영 여건부터 다르다. 이러다보니 한국에 진출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두 손이 묶인 채 전쟁터에 나가는 꼴”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고용 유연성 측면에서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이 가능한 토대를 갖추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견근로 자유로운 미국·독일

미국과 독일은 파견근로 대상이나 파견 기간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한국에서 금지되는 제조업 파견근로도 이들 나라에선 허용된다. 일본도 항만운송 건설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파견이 허용된다. 파견 기간도 일반직은 3년이지만 전문직은 제한이 없다. 한국은 파견 허용 업종이 32개, 파견기간은 2년으로 돼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사내 하청근로가 불법파견 시비를 겪고 있는 것도 제조업은 파견이 금지돼 있어서다.

기간제도 많은 선진국들은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 호주 캐나다 스위스 체코 덴마크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은 기간제의 사유 제한(병가 출산휴가 입대 등에 한해 기간제 허용)이나 기간 제한이 없다. 기간제 직원을 고용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영국과 아일랜드(4년), 헝가리(5년),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일본(3년)은 비교적 기간제 기간이 길다. 한국은 독일, 프랑스와 함께 2년으로 고용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고용 유연성이 경직된 국가로 알려진 프랑스에선 아예 기간제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있다.

○독일의 고용시장 개혁

고용시장이 경직됐던 독일은 좌파 사민당 정권 때인 2003년 ‘하르츠개혁’과 ‘아젠다 2010’을 통해 노동시장 규제 완화, 해고보호 완화, 신규 수습기간 연장 등을 추진하면서 기업의 경영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독일은 이 개혁을 통해 24개월로 제한했던 파견기간을 전면 폐지하고 건설업을 제외한 전 업종에 파견을 허용했다. 또 창업을 하면 4년간 정당한 사유 없이도 기간제를 고용할 수 있게 허용했고 만 53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는 5년 동안 사유 없이 고용토록 했다.

판례로 기간제의 사용 사유를 제한했던 관행도 기업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보고 2001년 입법을 통해 과감히 폐지한 데 이어 파견기간을 2년으로 제한했다.

이 개혁 조치로 기간제 및 파견근로가 크게 늘어났다. 파견근로자는 2002년 32만명에서 2010년 77만600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기간제 근로자 수도 2004년 386만명에서 2010년 501만명으로 증가했다.

○고용시장 경색되면 제조업 침체

고용시장이 경색된 나라로 꼽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제조업체들은 활기를 잃은 상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간판 제조업체인 푸조와 피아트의 경쟁력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량 감원도 앞두고 있다. 기간제에 대한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프랑스에선 해고도 쉽지 않다.

이탈리아 역시 고용 경직성으로 기업들이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다. 이 나라에선 한때 “해고가 이혼보다 어렵다”는 푸념이 나돌 정도였다. 정리해고를 함부로 할 수 없게 만든 노동자 헌장 18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지난해 해고의 사유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더라도 복직이 불가능하도록 한 ‘포르네로 법’이 만들어져 기업들의 숨통을 터줬지만 고용 경직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고용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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