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적 시장질서 억제하려 말고 자유·상상 DNA 발현하게 해야
김영용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창조’의 사전적 의미는 ‘처음으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다. 신이 우주 만물을 만드는 것이 종교적 의미의 창조라면, 어떤 목적이나 구상 아래 새로운 가치를 이룩하는 것은 인간 세상에서의 창조라고 할 수 있겠다.
현 정부가 내건 창조경제도 새로운 만듦이나 발견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창조경제는 과연 어떤 경제체제에서 가능한가. 이른바 경제민주화와는 양립 가능한 것인가. 루트비히 미제스의 노동과 창조에 관한 간단한 언급을 바탕으로 그 의미와 가능한 경제체제를 살펴보자.
일반인들보다 훨씬 뛰어난 사상가, 예술가, 기업가 등의 창조 활동은 강한 ‘자기 동기’에 의한 것으로 어떤 구체적 목적이나 구상 아래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창조 활동 자체가 삶의 목적이기 때문이며, 오늘날 인류는 이들의 업적을 바탕으로 차원 높은 물질적·정신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이들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인센티브 구조에 별반 반응하지 않는 특징을 지니며, 그런 창조 활동에는 고통이 수반되지만 일반인들이 노동을 함으로써 감내해야 하는 고통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반면에 일반인들은 현재보다 더 나은 만족 상태로 옮겨가는 데 필요한 물적 대가를 얻기 위해 노동한다. 물론 이들의 노동에도 고통이 따른다. 고통이 따르지 않는 여가 활동은 그 자체가 직접적인 만족을 주더라도 노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오로지 지금의 상태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물적 대가를 얻기 위한 고통스러운 활동만을 노동이라고 부른다. 그런 점에서 일반인들은 노동을 수단으로 간접적인 만족을 얻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변화하는 외부의 인센티브 구조에 반응하는 특성을 지니며, 고통스러운 노동의 대가와 직접적 만족을 얻는 여가를 비교하여 양자 간에 시간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총체적인 만족을 높인다. 미제스는 이런 노동의 산물은 창조가 아니라고 규정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창조라고 불러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창조경제를 이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비범한 사람들은 외부적인 인센티브에 반응하지 않는, 정책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므로 정부와 정치권이 이들의 창조 활동을 억압하거나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을 펼 수 없다. 창조의 본질은 상상의 날개를 펴면서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인 바, 이들의 창조 활동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 자체를 파괴해버리는 사회 시스템이 아니라면 그 창조물은 우리에게 주는 공짜 선물이 된다.
다음으로 비범한 사람들에 의한 창조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창조를 일반인에게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 방안이 바로 창조경제를 이룩하기 위한 정부의 당면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노동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일상적 의미의 창조물이 쏟아져 나오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이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 물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방해받지 않는 시장경제 체제뿐이다. 획일적 지시와 명령 경제 하에서는 개인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조경제와 정부 간섭주의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개념이다.
경제민주화는 어떤가. 지금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대부분 시장에서 형성되는 자생적 질서를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것인데, 그런 정책으로 달성하려는 것과는 반대의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이는 잘못된 방향이다. 민주적 경제란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제3자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구매와 판매 행위를 하는 분권적 의사결정이 경제의 생산구조와 그에 따른 판매자의 이윤 등 희소한 자원의 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를 의미한다. 이 또한 자유 시장경제에서 가장 잘 달성될 수 있다. 모든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지만 과반수에 속한 표만의 의사가 반영되는 민주 정치의 세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결국 본원적 의미의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은 자유 시장경제를 충실하게 실천하는 것뿐이다. 자유 시장경제가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위한 필요조건이 되는 셈이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과 실천 방안을 재정립해야 한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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